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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은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제가 어릴 적에, 고 강신성일님이 주연한 영화(映畵, movie) ‘회전의자(回轉椅子, swivel chair)’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사생아(illegitimate)로 자란 주인공은 열등감에 사로잡혀 출세에 눈이 멀게 됩니다. 결국 그는 외판사원에서 상무의 자리에까지 오르지만, 이미 그의 주위에는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그는 과거를 후회하며 자신이 앉아있는 회전의자보다, 인정과 사랑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줄거리지요.
한 때 참 많이도 유행(流行, trend)했고 불렸던, 김용만 님의 ‘회전의자’의 가사입니다. 한 번 읽어보십시다. 뭔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인데/ 사람 없어 비워둔 의자는 없더라/ 사랑도 젊음도 마음까지도/ 가는 길이 험하다고/ 밟아 버렸다/ 아 억울하면/ 출세하라 출세를 하라/
돌아가는 의자의/ 회전의자에/ 과장이 따로 있나/ 앉으면 과장인데/ 올때마다 앉을 자리/ 비워있더라/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보자고/ 밟아버린 젊음을 즐겨보자고/ 아 억울해서/ 출세했다 출세를 했다/’
‘성공은 여정이지 목적지가 아니다.(Success is a journey, not a destination.)’ 라는 말을 남긴 밴 스위틀랜드는 ‘부자가 될 수 있는 열쇠는 당신에게 있다. 그에 대한 명령권도 당신에게 있다. 어쨌든 당신은 당신의 부를 다스릴 수 있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 절대로 그것이 당신을 지배하게 내버려두지 마라.’ 정말 훌륭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공의 열쇠에 지배되는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18세기 미국의 정치가·사상가·발명가이며 미국 독립선언서 작성에 참여해 건국의 아버지로 일컬어지고 있는 밴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산(財産, property)은 가진 자의 것이 아니라 즐기는 자의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평생 동안 남들과 싫은 소리를 하면서 재산을 모으기만 하다가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지 않습니까? 벌어 놓은 재산 한 번 즐기며 써보지도 못하고 인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하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부를 축적하고 있을 때 남들을 배려하며 그것을 즐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재산은 당신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도둑이 들까, 사기 당하지 않을까, 천재지변으로 모두 날려버리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그 재산을 지키느라 잠 한 번 푹 자보지 못하고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못가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어쩌면 일의 노예, 재산의 노예로 살면서 늙어가는 사람들이 나일 수도 있고 이 글을 읽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재산을 늘린 다음에 즐기려고 생각하다가 덜컹 큰 병이라도 걸리면, 큰 사고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쩌면 두고두고 후회만 초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요즘 ‘죽기 전에 자신의 재산을 다 쓰고 죽자’는 동호인 모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올바른 생각이 아닐까요.
밴 스위틀랜드는 이런 예를 들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아주 가난했다. 그래서 그는 재산을 모으기로 결심했으며 결국 성공했다. 그는 60세가 되어서 큰 부자가 되었다. 그는 여생을 호화스럽게 지낼 수 있을 만큼 큰돈을 벌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그는 자기가 번 돈을 마음 놓고 써본 적이 없었다. 그는 1달러를 쓸 때도 달달 떨었다. 그러던 중 1929년에 대공황(大恐慌, Great Depression)이 찾아왔다. 그로 인해서 그의 재산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결국 그는 한순간도 즐기지 못한 채 오로지 돈을 모으기 위해서만 살아온 셈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나는 빚(debt)을 지고 살고 있지만,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그리고 동료들에게 밥도 사주면서 나도 즐기고 있는데, 어쩌면 잘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나의 이런 삶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회전의자의 주인이면서 재산의 주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2019년 10월 20일
글쓴이 소백산 끝자락에서 김 병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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