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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3월 17일 오후 순방 성과 및 국정현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을 청와대로 초 청해 만나고 있다./조선DB |
2월8일 문재인 의원이 골퍼(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나섰습니다. 연습장(청와대)을 다녀 봤지만 본격적인 라운딩은 처음입니다. 골프는 규정된 18홀(보통 72타)을 가장 적은 타수로 치는 사람이 승자(勝者)가 되는 게임입니다. 처음 골프장에 나가면 대개 100타 이상을 칩니다. 한 홀에서 파(par)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프로선수들은 언더(under)파를 치는 경우가 많지요.
문 대표는 첫 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습니다. 누군가(친노·親盧)의 도움을 받아 “내가 단번에 100타 이하를 칠 거야”(대표 취임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면전 선언)라고 큰소리를 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OB(Out of Bounds)가 나고 말았습니다. 문 대표가 목표로 했던 방향과 전혀 다르게(전면전 선언에 대한 냉랭한 여론) 볼이 날아갔습니다. “골프가 그리 간단한 운동이 아니네”라고 당황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를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냥 세컨드샷(second shot)을 잘해 만회하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의 세컨드샷은 국립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였습니다. 라운딩 전부터 그가 약속했던 터였습니다. 샷 자세에 대한 몇몇 갤러리(당내 정청래 의원 등)들의 비판적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를 잘하고 퍼팅까지 정상적으로 하는 바람에 파4홀에서 보기(5타)로 막았습니다.
골프룰을 갤러리에게 물을 수는 없는 것
다수의 갤러리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OB를 내고도 그 정도 했으면 굉장히 잘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문재인 골퍼의 첫 홀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초보여서인지 파3의 두 번째 홀에서 문 대표가 처음 친 공이 얕은 물에 살짝 들어갔습니다. 문 대표는 보통의 골퍼들처럼 1벌타를 먹고 물 밖으로 빼낸 뒤 공을 치겠다고 합니다. 동반자들은 그냥 쳐도 되는데 왜 그러냐고 조언했죠.
룰(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와 본회의 표결 문제)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문 대표가 돌연 엉뚱한 제안을 합니다. 갤러리들에게 물어보고(총리 인준 여부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제의) 결정하자는 것입니다. 골프 룰은 일반적으로 정해진 것이 있습니다. 볼을 치다 말고 규칙을 갤러리에게 물어보자는 것처럼 황당한 일은 없습니다. 갤러리들조차 “그걸 선수가 알아서 할 일이지 왜 갤러리에게 물어보냐”며 비판합니다. 그럼에도 문 대표는 ‘자신이 없어서 그러느냐’며 한 번 더 밀어붙입니다. 비판이 점점 커지자 문 대표는 슬그머니 볼로 다가가더니 그냥 물에 빠진 공을 쳤습니다(국회 본회의 표결). 거리가 정확해서 문 대표는 홀컵에 붙여 파를 했습니다(표결 결과 반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참석자 124명보다 많은 128명이어서 야당이 표단속을 잘했다는 평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쨌든 결과만 놓고 보면 문 대표는 2번 홀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둔 셈입니다. 오히려 이런 시비로 말미암아 동반자들(새누리당)만 별로 좋지 않은 성적(반란표 상당히 있었을 것이란 관측)으로 홀을 마무리했습니다.
평소 스타일 바꿔서 성적 좋은 문 대표
세 번째 홀은 파5로 거리가 깁니다. 마음껏 드라이버샷을 날려도 위험한 지역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문 대표는 1번과 2번 홀 티샷 때의 경험이 영 마음에 걸렸습니다. 골프를 이래서 멘털 게임(mental game)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친노 코치한테 평상시 배웠던 스타일(진보 성향)을 좀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왼쪽 다리와 고개를 완전 고정하고 드라이버를 휘둘렀는데, 정말 똑바로 멀리 날아갔습니다. ‘그동안 잘못 배웠나’ 싶어 두 번째와 세 번째 샷도 신경을 곤두세워 쳤습니다(대한상공회의소 방문, 유관순 열사 묘소 참배, 노인관련 단체 방문,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병문안 등 우파적 행보). 역시 잘 맞았습니다. 세 번 만에 온그린(on green)에 성공했습니다. 퍼팅만 잘하면 버디도 잡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런데 동반자들(새누리당)이 야유(리퍼트 주한 미대사 테러범 김기종씨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의 관계를 거론하며 종북숙주 운운)를 시작합니다. 첫 라운딩임에도 예상외로 잘 치자 기분이 상한 것이지요.
퍼팅이야말로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린의 높낮이, 잔디의 결, 바람 방향 등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여기에다 초보는 심리상태가 중요합니다. 흔히 골퍼들은 “초보자의 볼은 ‘우려하는 데로’ 간다”는 농담을 하곤 합니다.
어려운 홀에서 안전운행 택한 결과는?
“비신사적 행위를 그만하라”고 제지(종북 관련 발언한 새누리당 의원 5명 고소)해 보지만 그런 과정에서 문 대표도 평상심을 잃습니다. 결국 원 퍼팅에 실패하는 바람에 버디는 놓쳤습니다. 그래도 초보자가 긴 홀에서 파가 어디냐며 악수(대통령 후보 지지율 1위)까지 청하는 동반자도 있었습니다.
문 대표는 이제 네 번째 홀로 이동합니다. 전(前) 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오너(honor)가 됐습니다. 티박스에 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페어웨이의 오른쪽은 바위산이고 왼쪽은 낭떠러지(4·29 재·보궐선거)입니다. 페어웨이도 넓은 편이 아닙니다. 까딱 잘못 치면 OB(재·보선 참패)가 나기 십상입니다. 물론 이 홀에서 OB가 난다고 해서 게임 전체(2016년 총선이나 2017년 대선)를 망치진 않습니다. 앞으로 남은 열네 홀에서 얼마든지 만회를 할 수 있긴 합니다. 다만, 생각지도 않던 좋은 성적(지지율 호조)을 까먹게 되겠지요.
티샷은 대개 드라이버로 합니다. 드라이버는 거리가 많이 나가는 대신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아이언 클럽은 거리가 짧게 나가지만, 정교하게 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페어웨이가 좁은 경우 아이언 클럽으로 티샷을 하는 골퍼도 있습니다.
문 대표는 이 홀에서 아이언 클럽을 잡습니다(4·29 보선후보자 결정에서 전략공천 배제). 공격적으로 경기를 해 버디나 파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줄여 파나 보기 정도를 노리겠다는 판단인 듯합니다. ‘안전 운행’인 셈이지요. 이런 경기 운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겠습니다. 박지원(朴智元) 갤러리는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 기자에게 “문 대표가 욕 안 먹으려고 ‘무난한’ 방법을 택한다면 ‘무난하게’ 패배할 것”이라고 실패를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7번, 9번, 17번 홀 조심해야
문 대표가 골프를 하는 동안 갤러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합니다.
“왜 연습장에서 배운 대로 안 하느냐”는 친노 코치들의 불만이 간헐적으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연습하는 동안 보여줬던 잘못된 버릇(세월호 참사 때 동조 단식, 작년 지방선거 때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문제에 대한 애매한 입장 등)이 곧 나오지 않겠냐며 ‘쾌조의 스타트’를 평가절하하는 갤러리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이들은 앞서 세 홀의 샷이 ‘문재인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 ‘본색’이 드러나면 초보자들이 흔히 범하는 더블파도 기록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골프는 단 몇 홀로 끝나는 운동이 아닙니다. 18홀 동안 수많은 샷을 합니다. 선수라면 실수를 거의 하지 않지만, 선수가 아니라면 여기저기서 잘못을 하기 마련입니다.
문 대표는 4번 홀뿐 아니라 남은 열네 홀에서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7번 홀에서 비가 내리거나 바람(총선 공천 둘러싼 내홍)이 심하게 불지도 모릅니다. 게임의 절반인 9번 홀(2016년 총선)까지 어떤 성적을 유지하느냐도 매우 중요합니다.
몇 홀 잘 쳤다고 앞으로도 순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치는 운동이 바로 골프입니다. 16번 홀까지 7오버(79타)를 쳤다고 싱글(81타 이하)을 욕심냈다가 17번 홀에서 바로 트리플 보기를 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골프 동반자와 갤러리들의 예상을 모두 빗나가게 한 문재인 골퍼의 라운딩 초반. 그는 이런 기조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요. 욕심이 앞서면 볼이 ‘우려하는 데로’ 가는 게 골프입니다. 문 대표가 특히 조심해야 하는 홀이 9번 홀과 17번 홀(2017년 대선후보 경선)입니다. 잘 맞는다고(지지율 1위) 아예 독주(친노 중심의 독선적 당 운영)하려다간 게임 전체를 잃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