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백경쟁전략

사람의 인지적 특성(Fixed Action Pattern)

forever1 2018. 12. 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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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지적 특성(Fixed Action Pattern)

 

죄송합니다만, 제가 먼저 복사기를 사용하면 안 될까요? 왜냐하면 제가 좀 급하거든요.”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복사기를 사용하면 안 될까요?”

둘 다 복사기를 먼저 쓰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입니다. 다만 첫 번째 부탁에는 내가 지금 급하니까 복사기를 먼저 사용하겠다는 이유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요?

놀랍게도 두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달랐습니다. 첫 번째 부탁에는 94%의 사람들이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두 번째 부탁에는 60%가 승낙했습니다. 같은 내용의 요청이지만 34%의 승낙 차이를 보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1. 칩칩 사운드

34%의 차이를 알아보기 전에 한 가지 용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칠면조 새끼들은 칩칩(chipchip)’ 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러면 눈이 어두운 칠면조는 새끼들의 소리를 듣고 먹이도 주고, 품어주기도 합니다. 칠면조의 천적은 족제비입니다. 족제비는 칠면조 새끼들을 잡아먹습니다. 그런데 박제된 족제비 안에 칠면조 새끼 소리를 녹음해서 어미 칠면조에게 들려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눈이 나쁜 어미 칠면조는 칩칩이란 소리에 반응해서 박제된 족제비를 자기 새끼처럼 대합니다. 어미 칠면조가 울음소리를 기준으로 자기 새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동물심리학에서는 고정행동유형(Fixed Action Pattern)이라고 합니다.

 

2. 고정행동유형

인간이라고 해서 칠면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이 칠면조의 행동 양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사람을 설득하고 비즈니스를 만드는 데 아주 유용합니다. 실제 앞의 복사기 사용에 대한 반응은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엘렌 랭어(Ellen langer)가 수행한 실험결과 입니다.

첫 번째 부탁은 왜냐하면 제가 좀 바빠서요.’라고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이유가 하나 붙었을 분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94%60%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랭어 교수에 따르면, 왜냐하면이 바보 칩칩 소리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전체 맥락을 보는 게 아니라 왜냐하면이라는 단어 하나로 승낙률이 34%나 올라가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랭어 교수의 실험은 우리의 비즈니스에 이런 물음을 던집니다.

당신은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왜냐하면의 체계를 얼마나 잘 조직화했나요?”

저는 기업의 경영마케팅 등에 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편해 보이는 직업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회장이나 임원진을 만나서 자문해주고 돈을 받는 일이 결코 쉬울 수는 없습니다. 이분들의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는 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M&A를 하려고 합니다. 투자비용이 500억인데 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이런 식의 질문들이죠. 그러니 편하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납니다.

얼마 전 한 기업의 마케팅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제품의 다음 마케팅 정책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팀원 전체가 모여서 저만 바라보는 겁니다. “박사님, 몇 달을 고민해도 답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되죠?” 이때 저에게서 칩칩 사운드(ChipChip Sound)가 나가야 합니다.

칩칩 사운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유효해야 하고, 믿을 만해야 합니다. 고객들이 들어보니 타당해야 하고, 그 타당한 이야기가 기존에 갖고 있던 논리에 벗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신뢰할 수 있고 타당한 칩칩 사운드가 되는 겁니다.

결국 고객을 설득하고 신뢰감을 주어 나의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확실하고 믿음직한 칩칩 사운드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논백경쟁전략 - 신병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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