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What is falling in love?)
<사랑의 호출(The Summons of Love)>과 <영혼 재정비하기(Reinventing the Soul: Post humanist Theory and Psychic Life)>라는 책을 집필한 마리 루티(Mari Ruti)의 <The case for Falling in Love>라는 책을 읽어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남녀관계를 일종의 가면무도회(Masquerade)라고 여기는 태도는 사랑의 개성을 죽여 버립니다. 여러분의 개성에 풍부한 특징을 부여하는 에너지를 질식시키죠. 그리고 사랑의 영혼을 파괴합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내가 이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 나의 은밀한 모습을 만져봐 달라고 누군가를 초대(invite)하는 일입니다. 사랑을 할 때 생기가 도는 것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는 우리 존재의 면면들을 사랑이 일깨워주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우리를 깨지기 쉬운 무방비 상태(Defenseless)로 만듭니다. 그런데 수많은 연애서들은 여자들에게 아주 이상한 조언을 합니다. 남자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자신에게 빠져들게 한 뒤 정작 그렇게 한 여자더러는 냉정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유지하라고 하니까요, 이 조언대로라면 여자는 자신의 것을 내주지 않은 채 친밀한 과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사랑을 하되 너무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얘기죠.” 참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인 것 같습니다.
어느 유행가 가사에 ‘사랑은 주는 것.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이 상처 받을 일을 애초부터 하지 말자는 의도는 좋겠지만 사랑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상대에게 주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지고 열렬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상처 받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마음을 사용한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깊고 깊게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를 허용한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때론 울먹일 정도로 밑바닥까지 떨어지도록,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에 넘어지도록, 방향을 잃고 마구 헤매도록 자기 자신을 내버려둔다는 뜻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를 숭배하도록 상대를 조종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절대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온 자신의 사랑을 헛수고(mockery)로 만드는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안한 말이지만, 상대는 아낌없이 주고 열렬히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로 훨훨 잘도 날아가고 말 것입니다.
마리 루터는 또 이렇게 말했답니다. “사랑은 본래 감정의 기복을 불러옵니다. 사랑이 할 수 없는 한 가지 일이 바로 안전하게 가는 것입니다. 사랑은 중요한 사람에게 우리 자신을 통째로 보여주라고,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내보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은 우리의 방어 작용을 멈추라고 말합니다.”
예로부터 남자는 약탈자(harrier)의 본성을 타고났으며 남자들은 가질 수 없는 것만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미래를 약속해달라는 여자의 요구를 두려워하는 것이 남자라고 말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올인(All-in)하는 여자를 남자들은 잠자리를 함께 한 이후에는 차버릴 거라고 말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남자들은 여자들 보다 더 마음이 약하다는 사실을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려하고 있다는 것을, 환갑(Sixty)이 되어 사랑에 빠진 동생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주며 함께 있는 게 사랑입니다. 동생의 마지막 사랑이 자유로운 영혼이 될 때까지 밤하늘의 유성처럼 아름답게 빛났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2월 23일
글쓴이 소백산 끝자락에서 김 병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