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와 충동구매(衝動購買, impulse buying)
동지와 충동구매(衝動購買, impulse buying)
12월 22일, 동짓날이라 집사람에게 팥죽을 사먹자고 재의를 했더니, 좋다고 했습니다. 집사람은 이곳저곳 전화를 해보더니 도청 신도시에 팥죽을 파는 식당이 있다며 도청으로 가자고 했답니다.
우린 어렵지 않게 ‘본죽’이라는 간판이 붙은 식당을 찾을 수 있어서 맛있게 팥죽을 한 그릇씩 먹고 계산을 하려고 하던 집사람이 메뉴판을 보고는 물김치를 2만 원어치를 샀습니다. 그리고는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사가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주간 경제지 ‘환경 비즈니스’와 ‘대흥 기획’이 공동으로 5대 도시의 중학생 이상 60세까지의 소비자 4천 명을 조사 했는데, 우리나라 사람의 43%는 예정에 없는 충동구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특히 여대생과 미혼 여성은 60% 이상이 충동구매를 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입니다.
메모지를 들고 꼼꼼하게 샤핑(shopping)을 하는 일본인들의 구매 습관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충동구매와 정작 사려고 했던 것은 잊어버리고 못사는 경우를 보면서 일본 사람들을 무작정 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좋은 점은 우리가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유명 상표 선호 경향을 보면 미국인들은 남자의 59%, 여자는 57%가 유명 상표를 선호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 사람들은 남자는 19%가, 여자는 17%가 유명 상표를 선호 한다고 했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떨까요?
놀랍게도 남자는 70%가, 여자는 74%가 유명 상표를 선호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보다 훨씬 더 잘 사는 일본인들보다 무려 남자는 51%가, 여자는 57%가 유명 상표 선호도가 더 높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유명 상표 중독증에 걸린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외국 상품들이 우리나라 상품들보다 더 비싼 만큼 품질도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9.4%가 된다고 하니 온 국민들에게 의식 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의 유명 상표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입은 거지는 얻어먹고 벗은 거지는 굶는다.’는 우리 속담이 무의식중에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설문 조사에서 ‘옷을 잘 입어야 제대로 대접을 받는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71%에 달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경향이 강했다고 합니다.
사실 나도 가끔은 느끼곤 했는데, 양복 차림일 때와 청바지 차림일 때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틀렸습니다. 겉모습이 다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이런 말이 나온답니다.
‘얼굴 아는 이야 천하에 가득하되, 마음 아는 이는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2019년 12월 22일(동짓날 오후)
글쓴이 소백산 끝자락에서 김 병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