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콜(William Horace de Vere Cole)
윌리엄 콜(William Horace de Vere Cole)
제이 로버트 내쉬(Jay Robert Nash)가 지은 『요지경(瑤池鏡) 인생』이라는 책 속에 노동 지도자로 분장하고 폭동을 교사한 사나이, 윌리엄 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많은 역사가(歷史家, historian)들이 영국에서 짓궂은 장난(mischievous prank)에 있어서는 금세기에 가장 으뜸가는 인물로 윌리엄 콜을 꼽았습니다.
전 영국 수상 체임벌린((Arthur) Neville Chamberlain)의 의형제(義兄弟, sworn brother )이기도 한 유복한 콜은 변장하기를 매우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권세를 자랑하는 아시아의 고관 역을 좋아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의 학생 시절에 탄자니아의 술탄(Sultan)이라고 선전하며 피부를 검게 칠하고, 외국 의상을 입고, 진짜 외국인을 시종으로 꾸며서 곁에 데리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 변장이 어찌나 감쪽같았는지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교수진이 공식 만찬에 ‘술탄’을 초대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10년, 인도의 왕으로 분장한 콜은 시종으로 분장한 친구들을 데리고, 내방 중인 외국의 고관으로 영국의 전함 드레드노트(Dreadnought)호를 시찰했답니다. 그의 시종으로는 유명한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도 한 역을 맡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 노동당 지도자 램지 맥도널드와 꼭 닮은 콜은, 그 장본인으로 분장하여 수많은 노동조합원을 앞에 두고 연설을 했는데, 그 열변에 흥분한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기 직전까지 이른 적도 있었다니 변장의 기술은 알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콜의 터무니없는 장난(prank)은 런던의 도로 공사 인부(人夫, worker)들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피카딜리 서커스 부근에서 할 일 없이 서 있는 도로 공사 인부들에게 접근하여,
“책임자는 어디 있는가?” 하고 물었다. 인부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라고 하자.
“나는 본부에서 작업 지휘를 하러 나왔는데, 잠깐 따라서 오게.” 하고 말했답니다.
그는 도로 공사 인부들을 데리고 두 블록쯤 와서는,
“자아, 모두 저쪽 보도에서 이쪽 보도까지 이 도로를 횡단하는 도랑을 파주게!” 하고 큰 소리로 명령했다.
인부들은 즉시 작업을 시작하여 도로에 도랑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경관은, 친절하게도 공사 현장(工事 現場, construction site)을 우회하도록 교통정리를 해 주었습니다.
콜은 오후 내내 공사를 감독하고, 도로에 도랑을 파놓은 채 인부들에게 귀가를 명령하고, 자신도 그대로 모습을 감춘 뒤, 다시 현장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면 콜의 장난 보통이 아니라고 느낄 것입니다. 아마, 그때는 영국의 법이 지금보다 훨씬 물렀나 봅니다. 요즘 같으면 이런저런 법 규정을 제시하며 합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조처했을 것입니다.
장난도 심하면 벌을 받아야 하니까요.
2020년 7월 26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김 병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