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서 성공합시다
먹으면서 성공합시다
한국평생학습연구원장이면서 ‘감성지능 EQ’와 ‘반야심경에서 찾아낸 108가지 성공비법’ 등의 책을 낸, 茶亭 黃泰昊님의 ‘먹으면서 성공합시다’라는 좋은 글이 있어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한국 음식의 차림새
서양이나 중국 음식은 일렬 종대형으로 나와 먼저 나오는 음식에 자주 손을 대다가는 나중에 나오는 음식을 손도 못 대는 경우가 많고, 일본 음식은 점선 종대형으로 나와 한두 가지 음식이 적은 양으로 나오다가 잠깐 그쳤다가 다음 음식이 점선식으로 뒤이어 나온다. 또 한국 음식을 동시 진열형으로 한꺼번에 여러 종류의 음식이 차려져 나온다.
중국이나 일본 음식에 비해 한국 음식의 차림새는 선택 가능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 음식을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기호에 따라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한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항상 많이 씹어야 한다. 물까지도 씹어 마여야 한다. 즐거움은 목구멍 바로 위에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먼저 그 냄새를 맡고 그것을 즐겨라. 맛의 절반은 냄새에 있다. 눈을 감고 있으면 형체와 색채를 모르기 때문에 맛을 느낄 수 없다. 그러니 음식의 냄새를 맡고 음식을 바라보라. 결코 서두르지 마라. 천천히 느긋하게 보고 맡고 씹고…….
그렇게 하면 다이어트(diet)가 따로 필요 없다.
국수
중국의 자장면은 흰 밀가루와 검은 중국 된장 그리고 파를 썰어 넣어 만든다. 따라서 백흑청(白黑靑) 세 가지 색깔이 어우러진다. 그리고 일본의 우동은 흰 밀가루와 노란색이 나는 일본 발음 덴뿌라의 잘게 썬 파가 뿌려진다. 백황청(白黃靑) 세 가지 색상이다.
한국의 국수는 면을 만드는 흰 밀가루는 같으나 국수에 들어가는 내용물은 판이하게 다르다. 국수에는 노란 달걀부침이 실 가닥처럼 썰어져 고명으로 국수 위에 얹혀진다. 그 위에 구운 김을 잘게 부순 것과 고소한 검정깨, 잘게 썬 푸른 파가 얹혀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주 가늘게 썬 빨간 실고추와 노란 잣 열매가 국수 가운데에 살짝 얹혀진다.
이처럼 백흑황청적(白黑黃靑赤) 다섯 가지 원색의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지는 하나의 예술품이 바로 우리의 국수인 것이다.
식시오계(食時五戒)
음식을 먹을 때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이 있다.
첫째, 음식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 여기에 놓여졌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한 사람이 음식을 입에 넣기까지는 최소한 열 사람의 노력이 깃든 것이다.
둘째, 부모님께 효도하고 국가에 충성하기 위해서 스스로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 도리를 다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셋째, 음식을 배불리 먹겠다는 탐욕스러운 마음이 일지 않도록 참다운 성품을 지녀야 한다.
넷째, 모든 음식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최고의 보약으로 알고 먹어야 한다.
다섯째, 마땅히 할 일을 다 하지 않았다면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아야 한다.
1809년에 나온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閨閤叢書)』라는 가정 실학백과의 최고봉이라 할 책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빙허각 이씨는 천문과 수학에 능통한 서유본의 아내이자 학문 연구의 동반자이고, 시동생 서유구의 초년에 글을 가르쳤고, 그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저술할 때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1822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자결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일절 사람을 만나지 않고 곡기를 끊고 지내다가 남편이 떠난 지 19개월 만에 ‘절명사(絶命詞)’를 짓고 66세의 나이로 남편의 뒤를 따랐다.
감사 기도
서양에서는 말 한 톨이 생겨나기까지 15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서양의 밀 농사란 밭 갈아서 씨앗 뿌리고 거두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품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동양에서는 쌀 한 톨이 생겨나기까지는 88단계를 거친다고 하여 八+八의 합자로 쌀 미(米) 자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가 쌀농사 짓는 것을 ‘농사가 아니라 원예(園藝)’라고 감탄하는 것이다.
미작(米作) 수확량은 파종량의 30~40배나 되는데, 맥작(麥作) 수확량은 파종량의 4~6배밖에 안 된다.
이처럼 쌀농사는 그네들보다 몇 곱절로 더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데도 그들은 식사 때마다 감사 기도를 하는데, 우리는 감사 기도를 하는 법이 없다. 이사하고 해괴한 일이다.
불가(佛家)에서는 감사 기도의 상념인 ‘오관게(五觀偈)’*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 계공다소량피래처(計功多少量彼來處)
이 음식이 여기에 오기까지의 사연을 생각하니, 그것은 한량없는 우주의 끝과 연관되므로 귀하게 여겨야 한다.
둘째, 촌기덕행전결응공(村己德行全缺應供)
세상에 이렇게 귀한 음식을 먹게 되니 내 장점을 더욱 신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셋째, 방심이과탐등위종(防心離過貪等爲宗)
나의 단점이나 허물일랑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넷째, 정사양약위료형고(正思良藥爲療形枯)
바로 이 올바른 식사, 즉 정식사(正食事)가 최고의 양약(良藥)이다. 그러니 양과 질을 가리고 때를 가려 삼가면서 먹어야겠다고 조심한다.
다섯째, 위성도업응수차식(爲成道業應受此食)
그렇게도 귀중한 음식을 먹을 바에야 내가 타고난 성품을 알아차려 그것을 펼쳐나가는 견성성불(見性成佛)에 전심전력을 기울이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행복과 성공의 ‘부귀군자(富貴君子, Goldberg)’로의 으뜸길(元吉)이 바로 여기 바로 여기 ‘오관게’에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 승려의 식사 때나 식당작법(食堂作法)의 의례를 행할 때 독송하는 게송을 지칭하는 용어.
단기(檀紀) 4,353년(서기 2,020년) 10월 11일
가지고 온 이 소백산 끝자락에서 김 병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