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마라
상대의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마라
한비자(韓非子)는 한(韓)나라 명문 귀족의 후예로 본명은 한비입니다. 한자(韓子)라고 불리다가 당나라의 문인이자 정치가인 한유(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와 구별하기 위해 한비자로 불렸다고 합니다. 그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날 때부터 말더듬이여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외롭게 성장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는 진나라에 많은 땅을 빼앗기고 멸망의 위기(crisis of doom)에 놓여 있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한비자는 임금에게 편지를 띄워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임금은 그의 충정(忠情, one's heart mind)에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성격이 급하고 괴팍(乖愎, eccentric)한 한비자는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울분을 글로써 풀어보겠다는 마음에서 ‘세상에 대해 홀로 분하게 여김’을 뜻하는 〈고분〉과 ‘유세로 인해 당하는 어려움(임금에게 잘못 아뢰어 화를 당함)’을 뜻하는 〈세란〉 등 10만여 자나 되는 책을 썼는데, 이것이 바로 《한비자》입니다
한비자의 세난편(說難篇)에 보면 ‘상대의 역린을 건드리지 마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옛날 춘추전국시대에 군주를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역린의 ‘역(逆)’은 글자 그대로 거꾸로라는 뜻이고, ‘린(鱗)’은 비늘 혹은 비늘(squama)을 가진 동물을 뜻합니다. 글자대로 뜻을 풀이하면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입니다.
용(龍, dragon)의 몸의 몸은 형형색색 수만 개의 비늘이 한쪽으로 나란히 덮여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 부분에만 거꾸로 난 비늘이 하나 있었습니다. 용에게는 그것이 매우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용에게는 ‘치명적인 콤플렉스(fatal complex)’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용이란 원래 순한 동물이라서 길을 잘 들이면 사람이 용의 등을 타고 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 근처의 역린을 건드리면 절대로 안 됩니다. 용에게는 역린이 수치스러운 것이어서 이를 건드리면 온순한 용도 사람을 물어 죽이기 때문입니다.
군주에게도 이런 역린이 있으니 절대로 이 역린을 건드리지 말라는 고사입니다. 부하가 소신껏 말하겠다고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면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상대방의 약점(弱點, weakness)만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봐줄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이 불리해서일까요? 포지티브(positive)도 아닌데 네거티브(negative)를 하는 정치인들이 요즘 부쩍 늘었습니다. 물론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렇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 올바른 정치(correct politics)를 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약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약점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성공적인 인간관계(successful relationships)나 대화를 원한다면 상대의 강점(强點, strength)을 말하고 약점은 될 수 있는 대로 감춰주는 것이 옳습니다.
대통령 선거에 네거티브로 낙선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원수로 생각하며 이를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혹여 다음 선거에 대통령으로 당선이 된다면 그때 네거티브를 한 사람들을 그냥 둘까요? 아마 대통령도 인간이기에 보복(報復, retaliation)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역린을 건드리면 결국 큰 화를 자신이 입게 됨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네거티브로 인하여 아픔이 크면 상대가 갖게 되는 원한과 보복도 크다는 사실을 위정자(爲政者, administrator)를 비롯한 모든 이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상대의 역린이나 약점을 들추어내기보다는 헤아리고 감싸 줄 수 있는 너그러운 자세가 필요합니다.
단기(檀紀) 4,354년(CE, Common Era 2,021년) 9월 5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작가 김 병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