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날 사랑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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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날 사랑해줘서
1.
가끔은
어떤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좀 더 가까이 두고싶은
인연이 있다.
가시에 두 눈이 찔려
장님이 되고
살점이 떨려 나가는
'싸아'함이 찾아와도
그 이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맥주 거품 같은 미소
포르르 일어나는 나의 반쪽,
그를 만나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해바라기 사랑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
말하고 싶다.
2.
비워두어야 한다
보아도 보아도 다함이 없고
주어도 주어도 아까움이 없고
받아도 받아도 넘침이 없는
그를 만나기 위해선
정갈한 은잔 하나 준비해야 한다.
그만이 채우고
그만이 마시울
내 영혼의 빈 잔
그 안에 파아란 미소 풀어놓고는
그의 나의 사랑이
하나의 사랑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소망해야 한다
3.
보고 싶을 땐 만나야 한다
세월이 짧아서 슬프다면
세월의 길목을 막아서는
장승이라도 되어야 한다
어느 공간, 어디에서도
반짝이는 빛으로
서로의 모습을 복 수 있는 우리는
둘로 이루어진 하나의 별이리
사랑한다면
제아무리 멀고 긴 길을 돌아서라도
이제 우리는
하나의 의미로 묶여야 한다
4.
사랑은
시린 겨울 새벽 하늘 아래
맨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어도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길들여져 짐으로서
눈물 겹도록 아름다운 것
지금은 아니라고 고개 젓지만
헤어질 것이 두려워
차마 내밀지 못했던 손
질끈 인연의 끈으로 동여매고
난로보다 더 따뜻한 입김
불어 넣어줘야 한다
'꺼억 꺼억' 거리는 그리움 다 토해내고
천년을 하루 같이 기다려온
나의 반쪽을
한몫에 품어야 한다.
5.
가끔은 현기증이 나도록
훅훅 불러보고 싶은 이름이 있다.
때론 우울함에 빠져
수없이 혼자 부르던 이름
그에게 다다르기도 전에
허공에서 탁 하니
꺼져 버린다 할지라도
이젠 '사랑'이라는 형용사를 덧붙여
나직이 고백해야 한다
말하는 그 순간
그 사랑의 의미 다 잃는다해도
이제 그에게로 달려가 말해야 한다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6.
사랑은 소중한 만큼
쉬이 흩어져 버리는 것
너무 욕심내도
잠시만 시선을 외면해도
훅 하니 날아가 버리는 것
한 순간, 한마디의 말로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어쩜, 그저 그렇게
일정한 마음의 간격을 둔 채
묵묵히 흐르는 침묵일수도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고
홀로 아파했던 그 기억
조금씩 털어 내주는 것 일수도...
7.
마음 깊은 곳에
비밀스런 장소 만들어 놓고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한 사람의 미소
한 사람의 음성
한 사람의 뒷모습...
아무리 손을 뻗어도
결코 그에게 넣을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
그 절망을 확인할 용기가 없어
비가 내리는 저녁이면
어딘가 꼭 가야할 사람처럼
낯선 거리를 헤매고 있는
바보 같은 사람들
바보 같은 인연들....
[고마워요 날 사랑해줘서] -발칙한 상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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