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게으름뱅이다. 점심 먹고 이를 닦는 것이 귀찮아 종종 그냥 지나쳐버리기도 하고, 친구들과 레드와인을 마시고 들어와 겁 없이 그냥 잠들기도 한다. ‘왠지 요즘 이가 노랗다’ 싶을 때에는 레드 립스틱을 발라 착시 효과로 사기를 치기도 한다. 그러나 건강한 몸, 좋은 피부 등 이너 뷰티에 관심이 많아진 후, 더 이상 노란 치아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 게으름뱅이답게 단숨에 이를 하얗게 되돌리는 레이저 치아 미백을 하기로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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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 들어서자 나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국내의 내로라하는 연예인과 아나운서들. 국민 여동생 문근영도, 여자보다 더 예쁜 권상우도 사진 속에서 치과 의사와 함께 웃고 있었다. ‘이들도 역시!’라는 생각이 들자 살짝 민망하던 기분이 사라지며 갑자기 어깨가 딱 펴졌다. 치아 미백의 첫 번째 단계는 상담. 치아 엑스레이를 찍은 다음, 디지털 카메라로 치아 내외부의 사진을 찍고 나서 의사 선생님과 상담이 이루어졌다. 커피나 콜라도 좋아하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데 치아 색이 하얗지 않은 이유를 묻자, 녹차를 좋아하느냐고 되레 물어왔다. 우롱차나 녹차 성분은 치면에 달라붙기 쉬울 뿐 아니라, 칫솔질을 열심히 해도 갈색으로 달라붙는 경우가 많다는 것. 간단히 설명을 들은 후 바로 시술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우선 스케일링과 충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치석이 있으면 레이저를 쬐어도 이가 하얗게 되지 않기 때문에 스케일링을 먼저 받아야 하고, 충치로 인해 잇몸에 염증이 있으면 미백 약제가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 졸지에 차일피일 미뤄오던 충치 치료를 했다.
좀 더 확실한 효과를 얻기 위해 레이저 미백과 홈 블리칭(자가 미백)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원래는 1주일에서 열흘 정도 홈 블리칭을 진행한 다음 레이저 미백을 하면 좀 더 자연스럽고 예쁜 하얀색을 얻을 수 있다고 했지만, 치과에 오는 횟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레이저 미백을 먼저 받고 그 후에는 혼자서 자가 미백을 진행하기로 결정. 그래서 두 번째 날은 자가 미백 틀을 만들었다. 스테인리스 틀에 재료를 붓고 윗니 전체에 틀을 끼워 꾹 눌렀다. 마치 단물 빠진 풍선껌을 입 안에 한 가득 넣은 느낌. 재료가 어느 정도 굳자 치위생사가 한 손으로는 머리를, 다른 한 손으로는 틀을 잡고 말했다. “틀을 뺄 때 약간 뻐근할 수 있어요.” 헉. 틀을 비틀어 떼어내는 순간 재료가 생각보다 치아에 밀착되어 있다는 느낌이 전해지며, 이가 송두리째 뽑히면 어쩌나 공포감에 휩싸였다.
“많이 아프진 않을까? 설마, 아프지 않으니까 마취도 안 하겠지.” 막상 치아에 레이저를 쪼일 생각을 하니 슬며시 걱정이 들었다. 치아 컬러 칩으로 현재 색상을 체크하고, 치아가 최대한 많이 드러나도록 입을 벌리는 보조 기구를 끼우고, 입 안 하나 가득 거즈를 집어넣었다. 오랜 시간 입을 벌리고 있어 침을 삼키기 힘들 거란다(이때만 해도 ‘뭐, 그냥 참으면 되지’ 생각했는데, 나중에 침이 흐를 지경이 되자 ‘좀 더 넣어달라고 할걸’ 하며 후회했다). 레이저 미백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잇몸을 보호하기 위해 러버댐이라는 약품을 바르고 미백 젤을 치아에 도포한다. 시력 보호용 안경을 끼고, 레이저를 치아에 골고루 쬐어주는 과정을 3~4차례 반복. 그러나 단순한 시술 과정과는 달리 머릿속에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사람에 따라 시린 느낌이 들 수도 있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오히려 미지근한 온도가 느껴지며 가볍게 졸리기까지 했다. “시리지 않으세요? 참지 마세요. 무조건 많이 쪼인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이쯤이야~ 하하.’ 그런데 네 번째로 레이저를 쪼일 때 갑자기 앞 아랫니가 시큰했다. 정신이 바짝 들 만큼 시린 느낌. 몇 곳은 잇몸도 아팠는데 말을 할 수 없으니 도무지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참을 만해서 무사히 시술 끝. 시린 느낌을 덜어주기 위해 불소를 도포하고 치위생사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가 작고 얇은 앞니는 신경과 가까워 훨씬 시린 편이에요. 그리고 어느 정도 시린 느낌이 나야 정상이에요. 치아를 현미경으로 보면 수없이 많은 구멍이 나 있는데 커피, 김치 등에서 나온 색소가 이 구멍으로 들어가 치아가 노랗게 변하는 거예요. 그 구멍 속까지 레이저를 쬐어 착색 인자를 분해하니 당연히 시린 느낌이 들죠.” 자가 미백 틀 사용법과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듣고 병원 문을 나오니 거의 2시간 가까이 지나 있었다. 병원에서는 보통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전후 준비 시간이 필요하므로 시간 여유를 넉넉하게 두고 오는 것이 좋을 듯. 사실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입을 2시간 가까이 벌린 채 시술을 받았더니 상당히 피곤했다. 게다가 레이저 미백을 받을 때 아팠던 잇몸의 일부가 하얗게 변한 데다 이마저 욱신거리면서 시려와 왠지 환자가 된 느낌. 6시간 동안은 아주 뜨겁거나 찬 음료를 피하고 색이 진한 음식도 먹지 말라고 해서, 정말 환자처럼 흰죽 한 그릇을 사서 집에 들어갔다. 그러나 다음 날 자고 일어나자 잇몸도, 이도 모두 정상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이후 이틀 정도는 간간이 저릿저릿 이빨이 시리기도 했다.
레이저 시술 이틀 후부터 자가 미백을 했어야 하는데 마감이 시작되어 새벽에 퇴근하면 쓰러져 잠자기 바빴다. 역시나 게으름뱅이다운 결과. ‘그래. 나 같은 사람에겐 한 번에 끝나는 레이저 미백이 백배 낫지.’ 닷새 뒤, 미백 결과 체크를 위해 병원에 갔다. 사실 굳이 체크를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이는 하얘졌다. 보는 사람마다 이가 하얘졌다고 금방 알아봤을 정도니까…. 시술 직후에는 형광빛이 돌 만큼 눈부신 느낌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형광빛은 사라지고 자연스러운 하얀색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을 찍고 컬러 칩으로 색상 변화를 체크해보니 5단계 정도 밝아진 상태. 컬러 칩의 가장 끝 단계인 A1까지 밝아져 있었다. 커피, 콜라 외에 김치찌개, 녹즙, 초콜릿 등 생각지도 못한 무수한 금지 식품을 먹지 않고 꾹 참았던 보람이 느껴졌다. 연예인들은 좀 더 예뻐 보이기 위해 푸른빛이 돌 만큼 하얗게 미백을 반복한다고 하지만, ‘건강한 치아로 80세까지’ 살아야 하는 나로선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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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미백을 하면 모든 치아가 하얗게 되나요? 착색 정도, 법랑질의 두께, 기호 음식의 종류, 연령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있습니다. 본래 송곳니는 다른 치아에 비해 조금 더 색이 진한 편이라 미백 후에도 조금 진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미백 치료는 웃을 때 이가 드러나는 부분(큰 어금니 8개를 제외한 부분)에만 합니다.
미백 효과는 얼마나 지속되나요? 대개 한 번 하면 3년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치아의 착색 정도를 관찰하기 위해 1년 후쯤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레이저 시술과 홈 블리칭의 가격대는? 병원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큰 편인데, 대개 레이저 미백은 90만원 선이고, 홈 블리칭은 70만원 선입니다.
레이저 시술이 불가능한 치아는? 불소를 과잉 섭취했거나 치아가 시린 증상에 약한 사람, 혹은 산모가 항생제를 복용해서 선천적으로 치아가 누런 사람은 그다지 효과가 없습니다. 치아의 표면이 푸석푸석하고 하얗게 바뀐 반상치 역시 레이저 미백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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