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님의 시방

사랑의 우화

forever1 2008. 1. 31. 12:10
사랑의 우화 2

바다로 흘러 들어가던 강은 곧 실망했습니다.
자신은 전부를 내던졌는데 막상 바다에 닿고 보니
극히 일부분밖에 채울 수가 없는 게 아닙니까.
그래도 강은 따스했습니다. 멀고 험한 길 달려온 뒤
고단한 몸 누일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너는 나의 전부인데, 왜 나는
너의 일부분밖에 안 되는지 따지는 사람은
바다를 보되 파도밖에 못 보는 사람입니다.
그 안에 편히 잠들어 있는 강물은
볼래야 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류 시화

'류시화님의 시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넌 알겠지  (0) 2008.02.20
두 사람만의 아침  (0) 2008.02.02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0) 2008.01.29
작은 대나무다리 위에서  (0) 2008.01.27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버릴 수 있다면  (0) 2008.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