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바람이 불었지. 내가 날리던 그리움의 연은 항시 강 어귀의 허리 굽은 하늘가에 걸려 있었고 그대의 한숨처럼 빈 강에 안개가 깔릴 때면 조용히 지워지는 수평선과 함께 돌아서던 그대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올랐지. 저무는 강, 그 강을 마주하고 있으며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목숨처럼 부는, 목숨처럼 부대끼는 기억들뿐이었지. 2 미명이다. 신음처럼 들려오는 잡풀들 숨소리 어둠이 뒷모습을 보이면 강바람을 잡고 일어나 가난을 밝히는 새벽 풍경들. 항시 홀로 떠오르는 입산금지의 산영(山影)이 외롭고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슬픔의 시작이었지. 3 다시 저녁. 무엇일까 무엇일까 죽음보다 고된 하루를 마련하며 단단하게 우리를 거머쥐는 어둠, 어둠을 풀어놓으며 저물기 시작한 강, 흘러온 지 오래인 우리의 사랑, 맑은 물 샘솟던 애초의 그곳으로 돌이킬 수 없이 우리의 사랑도 이처럼 저물어야만 하는가 긴 시를 끝의 마지막 인사를 끝내 준비해야만 하는가. 4 바람이 불었다. 나를 흔들고 지나가던 모든 것은 바람이다. 그대 또한 사랑이 아니라 바람이다. 강가의 밤, 그 밤의 끝을 돌아와 불면 끝의 코피를 쏟으며 선혈이 낭자하게 움트는 저 새벽 여명까지도 바람이다. 내 앞에선 바람 아닌 게 없다. 그대여...... |
출처 : 빈 강에 서서 / 류시화
글쓴이 : ♬표현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