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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는 길/류시화▒
인생의 길 중에 고향 가는 길 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 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는 날을 그리워 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 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서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를 죽을 것을 두려워 하고,
죽어 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 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 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글/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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