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과거를 뒤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라
입력 : 2016.09.24 03:05
전기차는 이미 1884년 개발해… 미국서 택시 영업까지
레이더 센서·GPS·인공지능…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기술들은 이미 다른 분야에서 활용 중
-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20년이 지난 2017년, 과연 '놀랍도록 쉬지 않고 6개월에 한 번씩 차원이 다른 제품'이 나올 분야가 있을까? 필자는 자동차 분야라고 생각한다. 연비에 대한 혁신인 '전기 자동차'와 운행에 대한 혁신인 '자율주행 자동차'가 승수효과를 내며 경쟁적으로 새 제품을 쏟아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혁신은 과거 익숙했던 것들의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점과 현존하는 것들의 융합이라는 점이다. 권토중래는 당(唐)나라 두목(杜牧)이 유방에게 대적한 항우를 기리며 지은 '제오강정(題烏江亭)'에 나오는 말로 땅을 말아 일으킬 것 같은 기세로 다시 온다는 뜻이다. 한 번 실패했으나 힘을 회복해 다시 쳐들어옴을 말한다.
자동차의 역사를 돌아보면 전기 자동차는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보다 먼저 탄생했던 것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가솔린 내연기관 자동차는 독일에서 1885년도에 탄생했지만, 최초의 전기차는 1년 빠른 1884년 발명가였던 토머스 파커가 영국에서 개발했다. 비공식적으로는 로버트 데이비드슨이 1873년에 완성했다는 자료도 찾을 수 있다. 발명왕 에디슨도 전기차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최초의 택시도 전기차였다. 1896년 미국에서 아메리칸전기자동차 회사가 전기 승용차 200여 대를 만들어 마차 대신 영업을 한 것이 택시의 시작으로 '거리의 자동차'라는 뜻의 '리무진 드 빌(Limousine de Ville)'로 불렸다. 1899년의 전기차 '라 자메 콩탕트(La Jamais Contente)'는 시속 100㎞를 넘은 총알차였고, 1912년에는 전기 자동차가 그 어떤 방식의 차량보다 많이 팔리며 생산과 판매의 정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축전지 성능이 미약했고 차량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이었다. 여기에 헨리 포드가 최초 대중차 '모델T'를 출시하고 1920년대 미국의 대량 원유 발견으로 휘발유 자동차가 대세를 이루면서 전기차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21세기의 기술과 환경의 변화로 전기차가 다시 돌아왔다. 현재의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권토중래의 전기 자동차라면 과거 전기차의 모습과 특성을 샅샅이 살펴야 한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미처 생각지 못한 디자인 등에 대한 혁신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 ▲ Getty Images / 이매진스
이렇게 멋진 자율주행 자동차는 현존하는 기술들의 결합, 융합으로 나타난다. 자동차의 기존 기술들에 레이더 센서와 비디오카메라, GPS(위성항법장치), 자동차를 조종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결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로 탄생하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의 자동차 산업은 기계 공학과 역학의 메커닉스(mechanics)였다면, 이제는 전자공학인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가 합쳐져, 전혀 다른 산업인 메커트로닉스(mechatronics)가 된 것이다.
한자로 융합(融合)이 '녹아서(融) 하나로 합침(合)'이라는 뜻이라면, 영어의 퓨전(fusion·융합)은 미래(future)와 비전(vision)이 합쳐진 '미래의 비전'이다.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이 결합된 융합의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을 이미 자동차와 IT 전자 산업에 강한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비전 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뒤를 돌아보면 권토중래의 기술이 보인다. 옆을 둘러보면 융합의 혁신이 보인다. 뒤를 돌아보고, 옆을 둘러볼 줄 알아야 앞을 내다볼 수 있다. 역사를 살피는 넓은 눈과 주변 기술에 대한 열린 마음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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