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된 초밥집, 90세 원장 병원 .. 가게, 역사가 되다
김윤호 입력 2018.01.10. 01:51 수정 2018.01.10. 06:53
색사진 걸린 안동 시골 사진관 등
지역 노포 20곳 발굴 스토리 기록
가치 알리고 관광자원 활용 계획
영업 등 돕는 청년 지원단도 운영
“내가 그만두면 이제 문 닫아야 해요. 방법이 없니더.” 친근한 경북 안동지역 사투리 속에 아쉬움이 가득 묻었다. 아버지에게 뉴 문화사장을 물려받아 2대째 운영 중인 대표 한문현(70)씨의 말이다.
경상북도가 이렇게 잊혀져가는 지역 노포 20곳을 발굴했다. 노포의 역사와 가치를 보존하고 명맥을 이어가도록 돕기 위해서다. 지자체 차원에서 노포를 찾고, 지원하는 사업은 국내에서 서울시(오래가게)를 제외하고 지방에선 첫 시도다. 경상북도는 최근 노포 20곳의 이야기를 묶어 『노포, 사람을 그리다』 를 발간했다고 9일 밝혔다.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동에 가면 ‘죽도열쇠’가 있다. 1949년 창업해 2대째 운영 중인 6.6㎡ 남짓한 크기의 작은 가게다. 포항에선 죽도열쇠에선 못 여는 문이 없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가업으로 이어진 노포가 열쇠 장인을 만든 셈이다. 2대째 대표인 김건식(54)씨는 “자식들이 3대째 열쇠 가업을 이어갔으면 하지만 대기업에 근무하고, 공무원으로 생활하고 있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1955년 처음 문을 열어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벽지와 장판 등을 판매하는 ‘성주지업사’는 경북 성주군 성주읍에 있다. 할아버지에 아버지, 아들 정원철(28)씨까지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요즘 편의점처럼 365일 70여년 동안 단 하루도 문을 닫은 적이 없는 노포다.
김민주 경북도 중소벤처기업과 주무관은 “예전엔 시골에서 걸어서 지업사를 찾아왔는데, 문을 닫게 되면 헛걸음을 하게 된다. 그게 미안해서 1대째부터 늘 문을 연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의성군 안계면에 1960년 문을 연 협동동물병원, 1985년 울릉군에서 정책적으로 문을 연 게 그 시작점이 된 울릉도 한일다방, 1961년 개점한 청송군 진보면의 자전거 수리점, 경산시 하양읍에 있는 90세 김홍웅 원장이 진료를 보는 대구의원 등도 경상북도가 발굴한 노포들이다. 노포 발굴은 경상북도가 지난해 3월 자료 수집을 시작해 현장 조사를 거쳐 찾아냈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일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 노포를 찾아 명패를 달아주는 등 그 가치를 보존, 관리하고 있다. 이를 일부 벤치마킹했다”며 “지역 노포는 관광자원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상북도는 노포 20곳의 스토리를 담은 책을 전국 국·공립도서관 등에 배포 예정이다. 또 디지털 책으로도 제작해 향토뿌리기업 홈페이지(gbnc.co.kr)에서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노포 지원 사업도 벌인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대학생 등 청년 10여명으로 구성된 경북 청년 노포기업 지원단을 발족한 상태다. 이들은 노포를 찾아다니며 환경개선, 제품개발, 마케팅 지원 등 요즘 시대에 맞는 맞춤형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송경창 경상북도 일자리경제산업실장은 “경북의 노포가 100년 장수기업이 되도록 행·재정적 지원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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