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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은 우리집 500m 안에서 열리더라

forever1 2018. 1. 17. 07:18





지갑은 우리집 500m 안에서 열리더라

김민정 기자 입력 2018.01.17. 03:02

[나도 몰랐던 내 씀씀이 변화 5.. 카드는 동네 500m 부근서 긁고, 백화점엔 먹으러 가고, 영화관엔 평일에]
신한카드 1000만명 데이터 분석
1인가구 증가, 동네서 소량 쇼핑
맞벌이에 배달앱 이용 152% 늘어

40대 직장 여성 A씨는 퇴근 후 동네를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 남편과 맞벌이를 해 시간이 빠듯한 A씨는 "장을 보러 멀리 떨어진 대형마트에 가는 건 시간 낭비, 체력 낭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A씨의 소비 생활은 '동네 소비'와 '배달 소비'로 요약된다. 온라인으로 장을 보고 결제하면 정해진 시간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한다. 반찬과 식재료도 배달업체를 통해 정기적으로 배달받고 있다. 급히 살 물건은 집 앞 수퍼에서 소량 구매한다. 친목 도모 등 여가 생활도 동네에서 하는 경우가 늘었다. A씨는 "요즘은 학부모들이 동네 카페에서 모임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한카드가 자사 고객 1000만명의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실제로 A씨 같은 소비 생활 패턴이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본 결과 '동네 소비'와 '배달 소비'가 크게 늘었고, 평일에 여가를 즐기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로 일과 삶의 균형이란 뜻) 소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기 때문에 전반적인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며 "사업자라면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참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동네 소비'급증 …40대 여성이 이끌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집 근처 상권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수퍼마켓·마트 등 유통업과 카페·영화관 등 여가 업종에서 집 근처 매장 이용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가구가 소형화됨에 따라 가까운 수퍼에서 소량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여가 생활이 점차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 보면 생필품을 구매할 때 집 근처 500m 이내에 있는 편의점·수퍼마켓 등을 이용하는 비중은 2014년 37%에서 2017년 45%로 증가했다. 카페 이용건수 중에서 500m 이내의 카페를 이용한 비중도 8%에서 13%로 증가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각 업종에서 40대 여성 고객의 이용 비중이 가장 많이 늘었다"며 "동네 상권은 40대 여성 고객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배달 소비'도 배달이 되는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주요 외식 배달앱 이용액은 2014년부터 연평균 152%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반찬·식재료·와이셔츠·면도날 등까지 정기 배송해주는 업체가 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다양한 연령층으로 배달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정기배송 서비스 이용액은 40대 여성층에서 크게 늘었다. 2017년 상반기 이용액이 1년 전에 비해 106%나 증가했다. 맞벌이 증가 등으로 정기배송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평일 여가 소비 늘어나 또다른 트렌드는 평일에 여가 소비를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작년 상반기의 주요 대형 호텔과 영화관의 결제 건수를 요일별로 분석했더니 '평일 결제 건수'가 2015년 상반기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호텔의 경우 호텔에 입점한 외식업체, 운동 시설 등 편의 시설 중심으로 이용이 증가했다. 월요일(23%), 화요일(25%), 수요일(25%) 결제가 크게 늘었다. 영화관 결제도 월(7%)·화(18%)·수(33%)요일에 크게 늘어났다.

이는 일과 여가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족(族)'이 늘어남에 따라 평일 여가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 생활에서 '먹거리 소비'는 더욱 비중이 커졌다. 전체 품목 중 외식업에서의 카드 이용 비중은 2013년 17%에서 작년 19%로 증가했다. 그런데 백화점 내 카드 이용을 보면 외식업소 이용 비중이 28%에서 35%로 더 많이 증가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매장 내에 외식 공간이 많이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아웃렛의 경우 식품관 리모델링 이후 카드 이용이 가장 많은 시간이 점심시간 인근으로 옮겨졌고, 20~30대 남성 고객 비중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색다른 문화권의 음식점이 있는 연남동 상권 소비도 늘었고, 구매액 중 일부가 기부에 이용되는 업체에서의 카드 이용액도 크게 증가했다. 신한카드는 "소비에 새로운 경험이 얹어진 '스토리 소비'가 선호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차별화 요소를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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