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도 못했다" 먼저 간 아내를 그리며 ..
이지영 입력 2018.01.24. 01:03 수정 2018.01.24. 06:24
노부부의 일생 담담하게 돌아봐
윤소정과 처음 함께하려 했는데 ..
내달 공연에선 손숙과 호흡 맞춰
연기인생 60년, CF 한번 안 찍어
Q : 2016년 ‘언더스터디’, 2017년 ‘봄날’에 이어 매년 연극 무대에 서고 있다.
Q : 상실감 · 그리움이 클 것 같다.
A : “연습하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많다. 의사가 아내의 생존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했을 때도 호전되겠지 기대했었다. 중환자실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저세상으로 간 게 너무 가슴 아프다. 입원할 때 ‘나 알겠어?’라고 물었더니 ‘어’하고 대답했던 게 다였다. 내가 자상하지 못해 ‘사랑한다’는 말도 잘 못했다. 아내에게 잔소리하며 스트레스를 준 것 같아 미안하다. 처음엔 내가 벌어 먹고 살았지만, 방송 일이 줄어든 뒤로 집사람이 20년 정도 양장점을 하며 돈을 벌었다.” 그의 배우 인생은 60년이 훌쩍 넘는다. 1954년 서울고 재학시절 교내 연극부를 만들었고, 이듬해 연극 ‘사육신’에 성삼문 역으로 출연해 ‘전국 고교생 연극경연대회’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연세대에 진학한 뒤론 연세극연구회가 그의 주무대였다. 이후 드라마센터와 실험극장 등에서 활동하다 TV 방송국이 생기면서 탤런트 생활을 시작했다. TBC 탤런트실 실장을 하면서 TBC 공채 탤런트 1기였던 아내도 만났다.
Q : 명료하고 탄탄한 발성은 젊은 배우 이상이다. 비법이라도 있나.
A : “1968년 연극 ‘북간도’ 공연을 하면서 목에 탈이 난 적이 있었다. 결혼식 이틀 후부터 공연하느라 무리를 해서인지 목소리가 변하고 피가 나왔다. 그 뒤 1년을 쉬며 발성법을 연구했다. 목을 자극하지 않고 배에 힘을 주고 소리를 내는 방법이다. 호흡을 다 뱉지 않고 발성하는 훈련을 하니 큰소리를 내도 목이 안 쉰다. 배우에게 소리만큼 중요한 건 말이다. TV를 보면 소리는 들리는데 말이 안 들리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있다. 대사 분석이 안돼서다. 어디를 강조하고, 어디에 간격을 둘지 등 상황에 맞는 말을 찾아내는 것은 배우의 몫이다.” 그는 자신의 배우 인생을 돌아보며 “나는 못난 고집쟁이”라고 했다. 독특한 고집거리가 있긴 했다. “웬만하면 출연 전 계약서를 안쓴다”는 것부터 의외였다. “중간에 내가 죽거나 아플 수도 있는데 어떻게 될 줄 알고 계약서를 쓰냐”는 그는 “그러다 사기꾼한테 걸려 출연료를 못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 상업 광고에 나갈 수 없었다”며 끝내 광고 출연을 하지 않은 것은 그도 가끔 아쉽게 생각하는 일이다. 후배 배우들에게 화술·연기 등을 무료로 가르쳐주기 위해 시작했던 스튜디오 ‘송백당’ 운영을 3년 만에 접은 이야기를 하며 “돈이 필요한 일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배우에게 CF 출연을 성공의 척도로 생각하는 요즘 세태는 문제”라고 못박았다.
그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을 물었다. 예상 못한 답이 돌아왔다. 그는 신작이나 자신의 대표작 ‘휘가로의 결혼’‘베니스의 상인’ 등을 꼽는 대신 1984년 드레서 역으로 딱 한 번 출연했던 연극 ‘드레서’를 들었다. “당시 공연에서 내가 놓친 게 있다. 아무래도 드레서가 배우를 사랑한 것 같다. 배우에게 ‘선생님’ 하며 접근하는 장면에서 좀 더 여성스럽게 몸을 탁 부딪쳤어야 했다”며 “다시 잘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극 중 인물에 대한 배우의 열정 앞에서 30여 년 세월이 무색했다. 그가 새 열정을 바쳐 창조하고 있는 인물, ‘3월의 눈’ 장오는 3월 11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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