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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북 '코피 전략' 강행하나, 보류하나

forever1 2018. 2. 2. 15:43




트럼프, 대북 '코피 전략' 강행하나, 보류하나

국기연 입력 2018.02.02. 14:5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제한적인 폭격을 가하는 ‘코피 전략’을 동원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을 ‘세계 최악의 잔인한 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그런 정권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손에 넣고 있는 상황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코피 전략에 반대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를 주한 미 대사 내정 단계에서 낙마시켰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에 북한에 대한 제한적인 공격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진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코피 전략이 단순한 검토 단계를 지나 실행 준비 단계로 들어갈 조짐이 나타나자 미국 조야에서 제2의 한국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코피 전략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팀 내부에서 코피 전략의 강행 여부를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 간에 치열한 힘겨루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코피 전략

트럼프 정부에서 코피 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는 현역 육군 3성 장군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북한과의 협상이나 대화는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냉전 시대에 옛 소련과 미국 간에 유지됐던 핵 억지 전략이 북한과 같은 ‘비열한’ 정권에는 먹히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AFP=연합뉴스
맥매스터 보좌관은 또 북한과 같은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용인하면 국제적인 핵무기 확산을 차단할 수가 없다고 본다. 북한은 특히 이란과 시리아 등에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을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를 위협하면서 주한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한국이 북한의 남침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보유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70여년 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 질서가 무너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매파와 비둘기파

트럼프의 외교·안보팀은 맥매스터 보좌관의 코피 전략을 놓고 양분 상태라고 CNN 등 미국 언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대북 강경론에는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이 가세하고 있다. 폼페오 국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악관 일일 정세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선제공격 시나리오를 이미 전달했다고 공개했다.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도 맥매스터의 코피 전략에 동조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맥매스터-폼페오-포틴저 그룹 뒤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버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나 코피 전략에는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고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이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대북 매파 그룹에 맞서는 비둘기파의 양대 거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해 말 매파의 공세에 밀려 낙마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틸러슨은 그러나 ‘굴욕’을 감수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을 약속하고, 최소한 올해 11월 중간 선거때까지는 재임을 보장받았다고 워싱턴의 소식통이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외교 수장으로서 북·미 대화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그런 틸러슨의 등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전 미군에 북한에 대한 군사 작전에 대비한 훈련을 지시했으면서도 북한 문제를 최후의 순간까지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미군이 군사 옵션을 준비하는 것도 대북 대화와 협상을 촉진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백악관·국무·국방부의 입장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는 코피 전략에 대해 일절 코멘트하지 않고 있다. 미 국방부의 크리스 로건 대변인은 CNN에 “국방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광범위한 군사 옵션을 제공하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외교가 이 문제 해결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로건 대변인은 코피 전략에 대해 “미 국방부가 구체적인 전략과 관련된 세부 계획이나 잠재적 옵션을 공개적으로 거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의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 연설에서 밝힌 대로 최대의 압박을 가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비핵화이고, 국제 사회도 이 점에 있어 단합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외교·안보팀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든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피 전략 동원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를 포함해 모든 옵션과 예상 결과에 대해 보고할 것이라고 CNN이 전했다. 미군 수뇌부가 제시할 전략 개요에는 목표물 명중, 목표물 공격 실패,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대응, 한국의 대북 타격 반대 가능성, 아시아와 그 이외 지역 금융 시장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