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SF속 머리 이식 수술, 중국서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최준호 입력 2018.02.07. 02:00 수정 2018.02.07. 07:07
중국 하얼빈대 렌샤오핑, 한국 건국대 김시윤 교수도 합류
살아있는 사람 머리와 뇌사자 몸통 연결하는 수술
"학계서 '불가능한 일'이라 보지만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
"살아있는 사람 머리 자르는 것은 살인행위, 비윤리적"비판도 거세
두 남자가 있다. 한 사람은 교수, 다른 한 사람은 외과의사 겸 조수. 두 사람은 분리된 신체 부위의 생명유지와 관련한 의학적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어느 날 조수는 사고를 가장해 교수를 죽인 뒤 연구를 위해 머리만을 다시 살려낸다. 실험은 계속 된다. 외과의사는 젊은 여성의 머리에 다른 사람의 몸을 붙인다. 몸의 주인은 머리만 남아 살아있는 교수의 아들의 여자친구. 이 모든 비밀을 지켜본 교수의 머리는 어느 날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진실을 폭로한다. 외과의사는 수치를 이기지 못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러시아의 공상과학소설(SF) 작가 알렉산더 베리야프(1884~1942년)가 1925년 지은‘도웰 교수의 머리’라는 소설의 줄거리다.
시신 머리 이식수술은 헤븐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를 향한 과정이다. 다음 순서는 시신이 아닌 뇌사판정을 받은 두 사람의 머리와 몸을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성공한다면, 다음은 최종 목표인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와 뇌사 판정 받은 사람의 몸을 연결하는 것이다. 앞서 2016년 카나베로 박사는 뉴욕타임스 등 외신과 인터뷰에서 “2017년 안에 머리 이식 수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목숨을 걸고 수술 받을 자원자도 나타났다.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사지가 마비된 러시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발레리 스피리도노프였다. 그는 증상이 점차 악화하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머리 이식에 희망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7년 12월이 지나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해가 바뀌어도 카나베로 박사가 수술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120억원에 달하는 수술비용도 확보하지 못했고, 법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헤븐 프로젝트의 주도권은 중국의 렌샤오핑 교수에게 넘어갔다. 수술 대상도 러시아인 프로그래머 스피리도노프에서, 사지마비 중국인으로 바뀌었다. 김 교수는“렌 교수는 중국 정부에서 연간 16억원 이상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며“정확한 시점을 말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수술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과학 연구 규제에서 자유롭고, 동물실험 대상인 영장류 자원도 풍부한 점에서 중국은 인간 머리이식 수술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헤븐 프로젝트의 시작은 2013년이다. 카나베로 교수가 머리 이식이 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김 교수는 서울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던 당시인 2014년 봄 카나베로 교수의 논문을 읽고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중국의 렌 교수는 동물의 머리 이식수술 등으로 독자적인 연구를 해오고 있다가 2015년 역시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하지만 헤븐 프로젝트에 대한 과학ㆍ의학계의 평가는 냉혹하다. 카나베로 박사는 서구 의과학계에서‘프랑켄슈타인 박사’라고까지 불린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장기 이식수술을 하고 있는 한 교수는“말초신경과 달리 머리와 연결되는 중추신경은 끊었다가 붙여 다시 살릴 수 없다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며“물리적으로 연결했다고 연결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머리 이식수술을 위해서는 살아있는 사람의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이건 명백한 살인행위”라며“다른 사람의 몸과 머리를 갖다 붙인다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헤븐 프로젝트팀의 반박논리도 만만찮다. 김 교수는“머리 이식수술의 핵심은 혈관과 중추신경의 연결”이라며 “살아있는 머리 주인의 혈관을 절단한 뒤 뇌사자의 몸 혈관과 연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초도 안될 것으로 계산되는데 살인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허락 하에 팔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사례가 나왔다”며 “사지를 움직일 수 없어 평생을 고통받고 있는 환자 입장에서 뇌사자의 사지를 이식받는 것과 윤리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실 머리 이식 수술과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신체 이식수술은 논란 속에서 진화해왔다. 지금은 당연히 받아들이는 장기이식 수술도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다.1980~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영국에서도 신장 이식 수술을 주도한 의사의 면허가 박탈되고, 그를 도운 다른 의사들도 면허정지를 당하는 등 제재가 엄격했다. 법적 도덕적 한계를 주장하는 여론 때문이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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