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뭘 원하는지 말해야 아나요"..쇼핑 권하는 AI
입력 2018.02.08. 04:09
구매전환율 온라인 쇼핑의 3배..자극구매 美시장 혁신 가져와
잔뜩 흥분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세 아이의 엄마다. 막내가 이제 두 살이다.두 살짜리 아들이 배트맨이 등장하는 만화영화를 어지간히 봤던 모양이다. 그 아들이 만화영화 대사를 흉내내며 "배트맨, 배트맨"이라고 말하자 아마존이 내놓은 인공지능(AI) 비서 '아마존 에코'가 "새로 나온 '배트맨 대 슈퍼맨' 모형 장난감이 있는데 주문할까요"라고 물어봤다. 아직 개념이 없는 이 아들은 "예스"라고 외쳤을 테고, 곧바로 아마존 온라인 쇼핑몰에 장난감 주문이 들어갔다.
주문 확인서는 곧바로 아이의 엄마인 샌더스 대변인의 메일로 전송이 됐다. 샌더스 대변인이 트위터에 게재한 이메일 사진을 보면 배트맨 장난감 사진과 함께 "'배트맨 대 슈퍼맨' 주문 완료. 79.99달러 결제 확인. 16일 배송 예정"이라고 돼 있다. 두 살짜리 아이의 장난감치고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다혈질의 샌더스 대변인이 다분히 열 받았을 만하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쇼핑의 단계가 있다. 첫째 원하는 물건을 고르고, 둘째 비슷한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가격을 비교 분석하고, 셋째 결제함으로써 쇼핑이 완성된다. 발품을 팔아야 좋은 물건을 싸게 산다는 전통적인 쇼핑 개념에 부합한다. 그런데 발품 대신 소파에 앉아서 두 번째 단계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온라인 쇼핑이다.
그마저도 없앤 것이 이른바 '콘텍스트 쇼핑'이다. 워낙 다양하고 많은 제품이 쏟아지다 보니 온라인상에서도 일일이 제품을 고르고 비교·분석하기가 힘들어졌는데, 인공지능이 등장해 원하는 상품을 골라서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하나 더. 새로운 물건을 보고 갑자기 구매 욕구가 발동해 쇼핑으로 이어지는 것이 '충동구매'라면 인공지능이 소비자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해 쇼핑하는 유도하는 것은 '자극구매'다. 소비자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는 과정에서는 빅데이터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활용됐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만들어 낸 '자극구매'가 미국 시장에 혁신의 단초를 던졌다. 아마존이 일단 한발 먼저 나섰지만, 구글도 뒤질세라 이미 확보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구글 검색 사이트에 등장하는 광고는 해당 유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제품들이다. 똑같은 구글 사이트에 접속하지만 사람마다 보는 광고는 각기 다르다. 평소에 검색했던 제품이라든가, 한 번 구매했던 제품과 연관된 제품들을 선별해 광고로 내보낸다.
소비자 욕구를 실제 구매로 전환시키는 비율을 뜻하는 구매전환율 측면에서 자극구매는 기존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전환율보다 2~3배가량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제품을 선별해서 추천하는 방식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아마존이 자사 제품의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좀 더 편리하게 만들었다면, 구글은 광고로, 베스트바이(전자제품)와 딕스(스포츠용품) 등은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음성인식이 아니라 이메일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자신들이 갖고 있는 소비자 정보를 활용해 특정 소비자 구매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베스트바이는 자사를 통해 TV를 구매한 고객에게 사운드바 홈시어터 등의 제품 소개 이메일을 끊임없이 보내주는 식이다. 단순한 광고 차원이 아니라 이미 구매한 TV와 가장 적합한 모델을 소개하고, 해당 모델의 할인 정보 등을 보냄으로써 구매를 자극한다. 딕스는 야구 배트를 구매한 고객에게 야구 헬멧과 야구 글러브 등 신상품 정보를 제공한다.
구글이나 아마존은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만큼 더 복합적이다. 세탁기를 구매한 고객에게 적당한 세제를 추천하는가 하면, 세제가 떨어질 즈음에 다시 한번 할인 혜택과 함께 구매를 위한 메시지를 보낸다. 면도기를 구매하면 면도날을 싸게 살 수 있도록 이끌기도 한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고객들에게는 편리함을 더하고, 고객이 자칫 다른 업체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 닫은 군산공장.."GM 떠나면 다 죽어요" 벼랑 끝 몰린 군산경제군산 (0) | 2018.02.10 |
---|---|
대통령도 묘수 없는 한국지엠의 위기 진단 (0) | 2018.02.08 |
마윈 "인터넷으로 먹고 입고 쉬는 15억 청년이 미래 바꾼다" (0) | 2018.02.07 |
알리바바도 시총 5000억달러 돌파..텐센트 이어 亞 기업 두번째 (0) | 2018.01.26 |
"세금 40조 원 내겠다" 애플의 귀환..이유는? (0) | 2018.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