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구체적 자구책은 안 내놓고 "한국정부 지원에 달려"
입력 2018.02.14. 03:02 수정 2018.02.14. 03:12
[동아일보]
5월 말 폐쇄가 결정된 한국GM 군산공장에서 13일 직원들이 정문을 빠져나오고 있다. 공장은 이달 8일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3년간 공장 가동률이 20%대에 머무르면서 군산공장은 한 달에 4, 5일 일하고 나머지는 쉬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13일에 찾았을 때도 공장은 물론이고 인근 상가에 스산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군산=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카드로 한국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되, 여의치 않으면 완전 철수하려는 것 아니냐”고 GM의 의도를 경계했다.
○ GM “시간 없다”, 정부 압박
GM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시간이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GM은 매년 3월에 미래 자동차 모델을 어디서 생산할지 결정한다. 댄 앰먼 GM 사장은 12일(현지 시간) 로이터에 “시간이 없다. 모두가 긴급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GM의 한국 공장 투자 여부는 한국 정부의 자금 조달 의지와 인센티브 제공, 노조의 임금 삭감 여부 등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앰먼 사장은 군산 외 나머지 영업장(부평1·2, 창원공장)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 노조와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수주 내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정부가 지원해주면 한국GM 공장에 연간 생산량 20만 대 규모의 신차를 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GM이 2월 말을 시한으로 자금 지원 요청을 공식화하고 공장 폐쇄를 발표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민감한 시점이란 점도 계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GM은 군산공장 폐쇄 외에 자구책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GM은 13일 “노조와 한국 정부 및 주요 주주 등 이해 관계자들에게 한국에서 사업을 유지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으며, 계획 실행을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만 밝혔다. 다른 구체적인 계획이 뭔지에 대해 GM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했다.
○ 황당한 정부와 노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나 지분을 보유한 KDB산업은행도 구체적으로 들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GM이 일방적으로 공장 폐쇄를 발표하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산공장은 세계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 순위를 매기는 ‘하버리포트’ 2016년 조사에서 130위로 최하위를 기록할 만큼 비효율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폐쇄를 통보할 줄은 몰랐다는 게 정부의 반응이다.
특히 GM이 군산공장 근로자 약 2000여 명에 대한 퇴직도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속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GM은 군산공장 근로자 퇴직에서 더 나아가 부평공장 등 나머지 3개 공장 직원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받을 예정이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GM 본사가 한국에서 공장을 전면 철수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GM 본사가 (한국 공장에서) 계속 적자가 날 것이라고 판단하면 (군산공장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철수를 하는 것까지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결단이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GM은 2013년부터 이익이 나지 않는 공장과 해외 지사는 냉정하게 떠난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2014년 호주 정부의 보조금이 끊기자 철수를 발표했다. 호주 정부는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2년간 GM 호주법인에 무려 21억7000만 달러(약 2조3500억 원)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을 지급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상태의 한국GM을 지원하면 시간을 연장할 뿐 언젠가 또다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패닉’에 빠진 군산 지역
군산 지역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한 시청 공무원은 “설마 했는데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며 허탈해했다. 전북 최대 수출 공장이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지역경제가 회생 불가능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지역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일감 부족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13일 오후 찾은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은 문이 닫힌 채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공장은 이미 8일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큰 사업장이 없는 전북에서 한국GM 군산공장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11년 전북 전체 수출량의 30.4%를 차지했고 군산시 수출량의 절반을 넘기도 했다.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최근까지 군산 전체 고용 인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군산공장과 연계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만 1만700여 명에 이른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 / 군산=김광오 / 세종=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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