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폭격 거론된 뮌헨안보회의, 한국 외교는 없었다
유지혜.박유미 입력 2018.02.20. 01:11 수정 2018.02.20. 06:23
메이·맥매스터·고노 등 거물 모여
강경화 장관 불참, 추미애만 참석
"미, 북 타격시 코피 아닌 대규모"
미 의원 발언 트윗 통해 뒤늦게 알아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 중인 톰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18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는 “이 폭탄 발언을 남긴 뒤 리시 의원은 아무 질문을 받지 않고 공항으로 가 버렸다”고도 적었다.
몇 시간 뒤 MSC 웹사이트에 리시 의원의 발언 전문을 담은 영상이 게재됐다. ‘의원 토론-미국의 외교정책’ 세션에서 나온 그의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미 본토로 실어 나를 운반시스템(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코피 작전이란 없다. 만약 이런 일(무력 사용)이 시작된다면 이는 문명사상 가장 재앙적인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굉장히 짧게 끝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다.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한 발짝 물러서 숨을 고르고 그가 하는 말을 들어 보라. 대통령은 곧바로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는 19일 오전까지 리시 의원이 이런 발언을 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16~18일 진행된 MSC에 참석한 한국의 외교부 당국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MSC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국제안보포럼이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해 안보전략을 논의하는 ‘안보올림픽’ 격이다. 주최 측의 초청장이 있어야 참석할 수 있고 대부분 비공개 세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솔직한 토론이 가능하다는 게 MSC의 장점이다.
이번 회의에선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기조연설을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정상급 인사들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등 외교수장들도 참석했다.
북핵 문제는 MSC의 주요 의제 중 하나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MSC에 참석해 북핵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각국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했다. 한·중 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관련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해 2월 당시 윤 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것도 MSC가 계기였다. 하지만 올해 MSC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 초청받은 인사는 강 장관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 추 대표는 초청을 수락, 17일 오후 핵 안보 세션에 패널로 참석했다. 하지만 강 장관은 막판까지 고심하다 결국 가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며 각국의 관심이 높아졌고,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원하는 정상급 인사가 많았다. 주최국 입장에서 손님맞이에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렵게 재개된 남북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MSC처럼 유용한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MSC는 한 해 국제안보 정세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풍향계”라며 “특히 북핵 국면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미국 등 주요국 고위 당국자들과 접촉해 깊이 있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인데 그냥 흘려보낸 것은 아까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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