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성폭행 극단대표 첫 체포.. 사법처리 빨라진 '미투'
입력 2018.02.27. 03:02
[동아일보]
문화예술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미투! 김석만 선생, 당신도 이제 멈출 시간이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명예교수(67)를 지목한 게시물이다. 이 여성은 “21년 전 서울 성북구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김 교수가 갑자기 강제로 입을 맞췄다. 이후 택시는 종로구의 한 여관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여성은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김 교수는 이날 오후 “저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자가 오랫동안 느꼈을 고통과 피해에 대해 뼈아프게 사죄한다. 남은 일생 동안 잘못을 빌며 용서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 연우무대 대표와 서울시극단 단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을 지냈다. 지난해 말 국립극장장 최종 후보자에 올랐다. 유력 후보로 사실상 ‘내정자’였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그의 후보자 지위를 박탈했다. 문체부는 “마땅한 후보자가 없어 새로 모집 공고를 내기로 했을 뿐 이번 일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유명 시사만화가인 박재동 화백도 후배 작가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직 웹툰 작가인 이태경 씨는 “2011년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갔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박 화백의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와 허벅지를 만졌고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본보 기자가 박 화백에게 연락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인 배우 최일화 씨(59)는 스스로 과거 성추행 사실을 털어놓았다. 피해자 폭로에 앞서 가해 사실을 고백한 건 최 씨가 처음이다. 최 씨는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 여성은 26일 “최 씨는 25년 전 제가 연극배우 지망생일 때 연기를 못한다고 한 번, 며칠 뒤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기절시킨 뒤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밀양연극촌장인 인간문화재 하용부 씨(63)는 뒤늦게 “공인으로서 못할 일이 벌어졌으며 법적인 처벌도 받겠다”며 인간문화재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시인 감태준 씨(71)도 이날 한국시인협회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는 2007년 중앙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돼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경찰의 인권침해 사건 조사를 맡아온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43)도 최근 성추행 전력이 폭로되면서 위원직에서 물러났다. 김 국장은 이날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직에 이어 서울시 인권위원직에서도 사임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는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성폭행 시도 의혹을 받고 있는 한모 신부가 주임신부로 있던 경기 수원시의 성당은 3월 2일까지 미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24일 신자들에게 “사흘 정도만 보도거리가 없으면 잠잠해진다”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한 신부에 대해 정직을 내린 가운데 면직(免職·사제직 박탈) 등 추가 징계를 검토 중이다.
김동혁 hack@donga.com·이지훈·유원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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