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약협회, '스페셜 301조'로 韓 겨냥.."무역보복 해달라"
세종=박경담 기자 입력 2018.02.28. 04:05
미국 최대 제약단체인 제약협회(PhRMA)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게 '스페셜 301조'로 한국에 최고 수준의 무역제재를 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식재산권 분야의 '슈퍼 301조'로 불리는 스페셜 301조는 무역 불공정 행위에 대해 보복 규정을 둔 법이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미국은 제약 뿐 아니라 가전, 자동차 등 다른 산업도 제재할 수 있다. 업계는 트럼프정부가 스페셜 301조 카드를 쥐고 통상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본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 제약협회는 이달 중순 USTR에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스페셜 301조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단체는 존슨앤존스, 노바티스, 화이자, 바이엘, 사노피 등 주요 제약회사 38곳이 가입돼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3일 USTR에 36페이지 분량의 반박 자료를 보냈다. 자칫 제약산업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단에서다.
USTR은 매년 4월말 스페셜 301조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는 미국 정부의 무역제재 수단인 슈퍼 301조와 비슷한 효능을 갖고 있는데 지식재산권 분야에 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제재 단계는 우선협상대상국, 우선감시대상국, 감시대상국 순이다.
우선협상대상국은 조사 뒤 관세부과, 수입제한 조치가 이뤄진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업계는 트럼프정부가 중국을 스페셜 301조로 압박했다고 본다.
미 제약협회는 그동안 한국이 스페셜 301조를 위반했다고 꾸준히 주장했지만 우선협상대상국 지정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지난해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공세 수위를 높인 셈이다. 미 제약협회는 한국을 2013·2016·2017년엔 감시대상국, 2014·2015년엔 우선감시대상국에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 제약협회는 한국의 약가 책정이 차별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2016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7·7 글로벌 혁신신약 제도 개선'을 문제 삼았다. '임상실험을 한국에서 실시한다'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약가를 10% 우대해주는 정책이 다국적 제약회사에게 불평등하다고 했다.
미 제약협회는 또 한국의 약가 책정이 이중 구조라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평가를 거치면서 신약 가격이 낮게 책정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반박 자료를 통해 7·7 글로벌 혁신신약 제도 개선의 경우 다국적 제약회사를 차별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고 밝혔다. 국내 보건산업에 기여한 회사에게 약가 혜택을 준다는 설명이다. 약가 협상은 건보공단이 제약사와 실시해 이중구조가 아니라고 했다. 심평원은 급여·비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신약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싸다는 지적에는 국가 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반론했다. 공보험 기반인 한국과 사보험 시장이 발달한 미국 간 다른 건강보험체계를 감안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이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하고 보복조치를 감행할 경우 제약 외의 다른 산업이 피해 입을 가능성도 있다. 스페셜 301조 상 특정산업 제도 개선을 끌어내기 위해 다른 산업에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현안인 철강, 가전, 자동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미 제약협회 제안은 우선협상대상국 지정을 피하더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카드로 쓰일 수 있다. 스페셜 301조를 지렛대 삼아 제약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이미 미국이 한-미 FTA 개정 협상 의제로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 제약업계가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하는 것 같다"며 "한-미 FTA 개정 협상 중인 상황에서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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