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1000만년 전 한반도는 '도마뱀-개구리 천국'
입력 2018.03.02. 03:00 수정 2018.03.02. 03:21
개구리, 지금과 같은 형태로 '폴짝'.. 도마뱀, 상체 들고 뒷발로만 걷기도
[동아일보]
한반도가 1억 년 전 도마뱀과 개구리 등 소형 척추동물 흔적(발자국) 화석의 보고(寶庫)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세계 최초의 쥐라기,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 화석과 최고(最古)의 발자국 화석, 아시아 최초의 개구리 발자국 화석이 잇따라 발견되면서부터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4년 이항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연구원은 경남 하동군에 위치한 하동화력발전소 부근의 지층을 탐사하고 있었다. 같은 연구소의 이윤수 김복철 박사 등과 함께였다.
이들은 깎아지른 절벽을 탐사하던 중 1억1000만 년 전 지층에서 가정용 도마 두 배 크기의 길쭉한 이암 판에 찍힌 특이한 발자국을 발견했다. 이는 길이가 1.9∼2.2cm로 작았는데 모양이 이상했다. 구부러진 발가락이 바깥으로 갈수록 점점 길어져, 네 번째 발가락에서 최고 길이를 보였다. 이런 발자국이 25개였다. 조금 다르게 생긴, 세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긴 발자국도 네 개 있었다. 왼발과 오른발 발자국이 번갈아 가며 나란히 찍힌 완벽한 보행렬로 연구 가치는 커 보였다. 하지만 세 개의 발가락이 주로 찍히는 수각류 등 공룡 발자국과 달라 연구 순위에서 밀렸다. 당시 학계는 공룡 화석만 바라볼 때였다.
14년 뒤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달 27일 서울대 자연대에서 열린 2018년 한국고생물학회 학술발표회에서 하동 화석이 화제가 됐다. 이 연구원은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과 하동 화석 보행렬을 연구한 결과 이 화석이 신종 도마뱀 발자국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이라는 사실을 밝혀 2월 15일 국제 온라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이 도마뱀은 어른 손가락 한 개 몸길이(꼬리 제외 6.8cm)였고, 화석에서 앞발 발자국이 별로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보아 상체를 들고 뒷발만으로 걸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현생 도마뱀 일부가 천적을 피해 급히 도망칠 때 보이는 이족보행 방식과 비슷한데, 그 기원이 최소 1억10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그는 “근처에서 소형 익룡과 수각류 공룡 발자국이 많이 발견됐다”며 “황급히 달아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융남 교수는 “뛰는 속도는 시속 34km에 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남부에서 도마뱀 발자국 화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김경수 진주교대 과학교육과 교수와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장(당시 천연기념물센터 연구관)팀은 경남 남해군 창선도의 백악기 이암층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이 세계 최초로 발견된 쥐라기, 백악기 도마뱀 발자국 화석임을 밝혀 국제 학술지 ‘백악기 연구’에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발자국의 주인공은 현존하는 비늘도마뱀 속 도마뱀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 백악기 개구리 발자국 화석도 올해 2월 ‘백악기 연구’에 발표됐다. 역시 김경수 교수팀의 연구다. 김 교수는 전남 신안군 사옥도에서 2016년 발견된 다섯 개의 발가락이 있는 뒷발과 네 발가락이 있는 앞발 등이 가득 찍힌 발자국 화석을 연구했다. 발가락 수와 형태를 분석한 결과 8400만년 전 개구리가 남긴 흔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후기 백악기 이후 개구리 형태가 변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흔적 화석에는 이 개구리가 뛰는 동작을 했다는 증거가 남아 있었다. 뛰는 거리는 몸길이의 6, 7배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됐다. 김 교수는 “그 외에도 아기 익룡 발자국을 비롯해 악어, 도마뱀 발자국 등 아직 연구하지 못한 작은 화석이 많이 발굴돼 연구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덕 실장은 “공룡뿐만이 아니라 먹이였을 작은 동물 발자국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며 “그 덕분에 당시 생태적 다양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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