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불똥 튄 금융시장..미국 국채 팔아치우기 시작한 중국
조현숙 입력 2018.03.17. 00:15
철강 등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맞서
중국의 보복 시작된 것 아니냔 분석
기준금리 인상 앞둔 미 국채시장 불안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3년이 지난 1917년 4월. 미국은 독일을 겨냥해 선전포고했다. 미국의 첫 세계대전 공식 참전 선언이다. 그런데 전쟁 자금이 문제였다. 미국의 나라 곳간은 빠듯했고 세계대전 영향에 다른 국가 사정도 다를 게 없었다.
16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보유한 미국 채권 규모가 올해 1월 기준 1조1700억 달러(약 1250조원)로 전달 1조1800억 달러 대비 100억 달러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1월 한 달 사이 중국에서 미국 채권 100억 달러를 팔았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6개월 내 최저를 기록했다.
좀 더 날 선 분석도 있다. 미국 정부를 겨냥한 중국의 보복이란 시각이다.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이런 우려는 계속 제기돼 왔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등 고율 관세 부과 조치가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무역 상대국의 미국 채권 대량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미 국채 매도는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투자자의 미 국채 보유액은 1월 6조2600억 달러로 전월과 비교해 245억 달러 감소했다.
채권이 시장에 매물로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채권 금리는 상승(국채 가격 하락)한다. 최근 미국 채권시장은 얇은 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다. 다음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지난달 갓 취임한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이 처음 주재하는 FOMC기도 하다.
15일 기준 미국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2.83%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2.4%대에서 0.4%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중국의 미국 채권 대량 매도 가능성에 미국 금융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경이다.
아직까진 중국의 미 채권 ‘투매’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1조 달러를 웃도는 미국 채권이 중국 정부와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시장 분석가들은 중국이 (무역 보복) 수단으로 미국 국고채 대량 매도에 나설 개연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양국 모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무역 공격의 강도에 따라 중국 정부가 보복 조치로 미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채권 추가 매도에 나설 수 있다. 1월 중국 정부의 미 채권 보유액이 줄었다는 통계가 이날 나오면서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참전한 전쟁이 시초였던 미 국채가 최근 미ㆍ중 무역 전쟁에선 중국 측 ‘실탄’ 역할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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