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공룡, 'AI 반도체' 개발 경쟁..'반도체 한국'의 새 블루오션될까?
손해용 입력 2018.03.21. 05:00 수정 2018.03.21. 06:40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ㆍ아마존ㆍ구글 등 세계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자율주행차ㆍ로봇에 탑재하는 AI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먼저 시장을 선점해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텔은 ‘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방한 ‘로이히’를 개발 중이다.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로 꼽히는 ‘뉴로모픽 칩’이라는 기술이다. 인텔은 "동물로 치면 바닷가재 수준의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IBM이 꿀벌의 뇌처리 수준에 근접한 ‘트루노스’를 개발하는 등 퀄컴ㆍARM 등 다른 반도체 기업도 뉴로모픽 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AI 반도체 개발은 기존 산업 영역 간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는 지난해 말 AI 반도체 ‘기린970’를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10’을 공개했다. 애플도 아이폰X에 자체 AI 반도체 ‘A11 바이오닉’을 탑재했다. 구글은 ‘TPU’라는 이름의 뉴로모픽 칩을 인공지능 알파고 제로에 장착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AI 반도체 개발 조직을 만들었고,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용 AI 반도체 개발에 들어갔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크네론ㆍ 캠브리콘 등 AI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고, 인텔은 알테라ㆍ너바나를 인수하는 등 AI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인수도 활발하다.
각국 정부도 AI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중국과학원 산하에 인공지능혁신연구원을 설립하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벤처ㆍ연구소ㆍ대학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은 2016년 60억 달러에서 2021년 3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빌 루 UBS 연구원은 “AI 반도체는 자율주행차ㆍ로봇ㆍ드론ㆍ스마트폰ㆍ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상용화가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AI 반도체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을 ‘반도체 강국’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 얘기하면 D램ㆍ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표현이 맞다. AI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로 분류된다. 앞으로 쓰임새가 넓어질 AI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약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모바일 칩셋 ‘엑시노스9’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7건에 머물던 AI 반도체에 관한 국내 특허 출원은 지난해 391건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정부도 AI 반도체 분야 개발에 약 2조5000억원의 R&D 자금을 향후 10년 동안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AI 반도체는 경쟁국들도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어 한국이 앞으로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예단하긴 힘들다”며 “한국이 강한 메모리 반도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식으로 기술 발전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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