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자타공인 ‘독서왕’이었다. 책을 읽고 나면 늘 작은 종이에 무엇인가를 적었다. 가족들은 그저 독서 후 느낀점 등을 간단히 메모해두었을리라 추측할 뿐이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가족들은 할머니의 독후감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건 ‘암호’였다.
미국 유명 작가 로렌 타시스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시어머니가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말했다.
며느리는 작가였고, 시어머니는 독서왕이었다. 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유품을 정리하던 며느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독후감 카드를 찾아냈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보고 당황하던 찰나 그 옆에서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도표가 보였다.
해독표를 통해 할머니의 독후감을 해석해봤다.
RB: Readable Banality(읽기 쉽지만 시시하다)
RP: Readable Piffle(읽기 쉽지만 허튼소리다)
NFM: Not For Me(날 위한 것이 아니다)
DNF:Did Not Finish(끝까지 읽지 못했다)
DNR: Did Not Read(읽지 않았다)
RP+: one step up from RP(RP에서 한 단계 위다)
RPM: Readable piffle mystery(RP 수준의 미스터리)
G: Good didn‘t hold my attention(좋지만 내 관심을 끌지 못했다)
VB: Very bad(매우 나쁘다)
NMS: Not my style(내 스타일이 아니다)
PB: Pretty boring(매우 지루하다)
NBAL: Not bad at all(전혀 나쁘지 않다)
RR: Readable(읽기 쉽다)
WOT: Waste of Time(시간 낭비다)
할머니는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생전 쓴소리도 곧잘하는 깨어있는 비평가였다. 할머니는 평생을 혼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암호들로 감상평을 적어왔다. 괴짜였지만 유쾌했다. 며느리에게 이 암호 독후감은 시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줄 더 없이 큰 선물이 됐다.
사진=로렌 타시스 트위터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