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비상' 걸린 경제부처..생산·고용·소비·물가 줄줄이 악화 우려
세종=정원석 기자 입력 2018.07.24. 06:05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이상 폭염(暴炎)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경제부처에 비상이 걸렸다.
앞뒤 안보고 탈원전을 강행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수급 대책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흘리면서 무모한 탈원전 정책이 또다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축산물 가격 폭등 조짐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농작물 생육에 장해가 발생하고 있다. 배추와 무 가격은 지난 6월말 대비 각각 70%와 30%씩 급등했다.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간부들도 폭염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생산, 물가, 고용 관련된 지표들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뜩이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낮추고, 신규 고용 전망치는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반토막내야 할 정도로 대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상 폭염이 돌발 악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폭염, 자연재난 넘어서 경제재난으로 번지나
최근 서울지역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8도를 오르내리는 등 1994년 이후 24년만에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정부 안팎에서는 이상 폭염도 자연재해의 일종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경제부처에서도 이번 폭염이 경제적 재난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산업부는 이상 폭염으로 이번주 중 여름 전력 최대수요(8830만㎾)를 경신할 수 있다며 가용 원전을 최대한 가동해 전력수급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겨울 14기로 줄였던 원전 가동을 올여름엔 19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탈원전 계획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름철 전력 수요를 낮게 잡는 등 지나친 낙관론에 빠져있다 뒤늦게 원전 가동을 늘리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는 셈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폭염에 따른 농산물 수급 전망 및 대책’ 브리핑을 열고 농축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비상 태스크포스(TF)를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포기당 1561원이었던 배추 가격은 이달 중순 265원까지, 무 가격은 같은 기간 개당 1143원에서 1450원까지 상승했다.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강원 지역에 비가 내렸고, 폭염으로 작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지금 같은 고온이 지속될 경우, 농축산물 등의 공급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보고 배추·무 등 밥상 물가와 관련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방출 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배추는 하루 100~150t의 비축물량(총 6000t 보유)을 집중 방출한다. 무는 봄무 계약재배 물량의 도매시장 출하 물량을 하루 20t에서 40t으로 늘리고, 고랭지 무 조기 출하 시기는 8월 중순에서 상순으로 앞당긴다. 무의 경우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시중 가격보다 20~30% 할인 판매한다.
◇ 제조·건설업 조업 위축 불가피…생산·고용·소비 지표 줄줄이 악화 가능성
폭염이 장기화하면 생산, 고용 등 거시경제 지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제조업계에서는 폭염이 계속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은 여름들어 지난 20일까지 총 10차례 점심시간 1시간 연장조치를 취했다. 야외 작업이 많은 조선업계에서는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점심시간 등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조업시간을 단축한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총 11회에 불과했던 점심시간 연장 초치가 8월이 오기도 전에 10번이나 시행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다른 조선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 역시 폭염이 지속되면 조업일수가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공사 발주를 피하는 경향이 강한데, 올해처럼 이상 폭염이 닥치면 진행중인 공사 현장도 공기 조정을 통해 공사 진행률을 조정해야만 한다”면서 “건설투자와 취업자수 등이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급해진 기재부는 폭염이 거시경제 지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각도의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생산이 늘어나는 것을 제외하고 제조업 가동률, 광공업생산, 공사발주 등 건설기성, 제조업·건설업 취업자수 등 생산과 고용 관련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에서는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더욱 심각한 것은 이삼 폭염이 지속되면 더위에 지친 경제주체들이 외부에 나가지 않고 경제활동 자체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렇게되면 도소매 판매 등 소비경기도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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