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쇼크, 이번엔 인도 루피화 덮쳤다
심재우 입력 2018.08.16. 00:02 수정 2018.08.16. 06:01
루피화 올들어 9.5% 폭락, 달러 풀어
아르헨 페소화는 하루 새 2.1% 하락
신흥국들 터키발 불똥 맞을까 불안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 미 달러당 루피화 가격이 70.08까지 떨어졌다. 사상 처음으로 70루피대에 진입하면서 급격하게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터키 리라화 폭락에 놀란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통화를 팔아치우면서 인도 루피화에 여파가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무역 불균형, 내년 총선을 앞둔 정부 지출 증가 등이 인도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돼 왔다.
DBS은행의 라디카 라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루피화 하락은 루피 만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면서 “이머징 마켓 통화에 대한 광범위한 매도의 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루피 가치가 70.60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루피는 전날에도 1.1% 떨어졌다. 하루 하락률로는 지난 5년간 최대였다. 루피는 올해 들어서는 9.5% 떨어졌다.
이날 연이어 루피의 화폐가치가 떨어지자 인도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루피를 사고 달러를 팔았다. 결국 69.89달러로 안정세를 되찾은 가운데 거래를 마쳤다.
루피 가치가 하락하면 석유와 다른 원자재를 사들이는 가격이 비싸지고, 결국은 내수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기 때문에 인도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개월간 인도 중앙은행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23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풀었다.
전날 기준금리를 45%까지 끌어올리며 자국의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역시 페소 가치가 추가로 2.1% 하락하자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날 미 달러당 7.2리라를 넘어선 터키 통화는 6.5리라 부근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터키 중앙은행이 다소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선회한 까닭이다. 터키산업경제협회(TUSIAD), 터키상공회의소(TOBB), 원자재 거래소 등 터키 경제단체도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냈다. 터키 중앙은행은 아직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터키 리라화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가셨다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웰스파고증권 에쿼티전략 헤드인 크리스토퍼 하비는 “터키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모든 것이 좋아 보이지만 하루 이틀 만에 모든 것이 뒤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계심 때문에 리라화는 반등했지만, 달러는 여전히 강세다. 코메르츠방크는 보고서를 통해 “터키 위기가 끝날 때까지 위험 회피 요소가 남아 있어 안전 투자처로 인식되는 통화 수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일본 엔과 스위스 프랑도 안전 통화로 여겨지지만, 유동성 면에서 달러가 앞서 있어 결국 달러가 안전 통화 가운데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터키 리라화 폭락사태 이후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비교적 튼튼한 아시아 신흥국 통화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직 월가 전문가들은 한국과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 경제 상황이 터키와 아르헨티나·인도와는 체질적으로 다른 경제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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