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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1심 재판부 '김지은씨 그루밍 가능성' 전문가 의견 배제

forever1 2018. 8. 20. 08:30



안희정 1심 재판부 '김지은씨 그루밍 가능성' 전문가 의견 배제

전민희.오원석 입력 2018.08.20. 00:05 수정 2018.08.20. 06:35

"전문직 여성 단기간 그루밍 어려워
김씨, 객실앞 담배 놓고 그냥 갔어야"

수행비서 김지은(33)씨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가 선고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일종의 나르시시즘이나 자기연민적 태도를 보여 자신을 지지하거나 흠모하는 여성의 위로를 유도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안 전 지사가 위력으로 김씨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9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1심 판결문 전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안 전 지사는 권위적이라거나 관료적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피해자 김씨의 주장은 대부분 배척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안 전 지사가 강압적으로 행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김씨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스위스 출장 중 안 전 지사가 호텔방으로 담배를 가져다 달라고 했을 때 문 앞에 놓고 올 수도 있는데 방으로 들어갔다는 부분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수행비서 업무 초기에도 안 전 지사의 객실 방문 앞에 물건을 두고 오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때도 담배를 안 전 지사의 방문 앞에 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만 했어도 되는 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선 김씨가 안 전 지사에 의해 길들여지는 그루밍이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루밍은 미성년자에게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성인 여성의 경우 단기간에 그루밍에 이를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시민행동’이 18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개최한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못 살겠다 박살 내자’ 집회는 안 전 지사에 대한 규탄과 사법부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졌다. 5000여 명의 참석자(주최 측 추산)들은 “안희정이 무죄면 사법부는 유죄”라고 외치며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김씨는 참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재판부를 향해 “왜 내게는 묻고 가해자(안 전 지사)에게는 묻지 않나. 가해자의 증인들이 하는 말과 그들이 낸 증거는 다 들으면서 왜 나의 목소리는 듣지 않았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전민희·오원석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