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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적폐가 아니다..생존을 위해 거리에 나섰을 뿐"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인터뷰

forever1 2018. 9. 8. 10:14



"우린 적폐가 아니다..생존을 위해 거리에 나섰을 뿐"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인터뷰

박지환 기자 입력 2018.09.08. 07:21

"소상공인들이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은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이 부당하고, 급격한 인상으로 실업과 폐업이 증가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니 보완책을 마련해 달라는 ‘생존의 몸부림’입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우리를 적폐 세력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8월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소상공인생존권 운동연대 총궐기대회’. 소상공인들이 비옷을 입고 최저임금 인상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 남강호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서울과 수도권에 호우경보를 발동했다. 이날 광화문에서 예정됐던 ‘소상공인생존권 운동연대 총궐기대회’는 폭우로 규모가 축소되거나 행사가 연기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광화문 광장에는 아침부터 전국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3만여명이 모여들어,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하루종일 외쳤다. "최저임금 폭탄으로 소상공인 못살겠다."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 의견 반영하라." "자영업자 빈곤 문제 국가적으로 해결하라." "재벌개혁 없이 자영업자에 대한 고통전가 중단하라."

이날 시위를 주도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사진·52)을 지난 5일 다시 만났다. 시위 도중 삭발한 머리가 절박한 심정을 보여줬다.

"어떤 분들은 우리 보고 ‘자기 사업'을 하니 월급쟁이보다 형편이 나을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삶은 노동시간과 소득 측면에서 일반 노동자보다 나을 게 없습니다. 얼마나 어려웠으면 생업을 내팽겨치고 전국 각지에서 3만명이나 참가했겠습니까. 청와대와 정부는 연합회를 비롯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현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절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권이 잘 되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한때 진보 진영과 뜻을 같이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권에 도전할 당시 전국 각지에서 열린 유세에 동참했을 정도로 열렬한 지지자였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도 원론적인 방향은 찬성한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도 다같이 잘 살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인상하자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반대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최 회장은 "하지만 영세한 소상공인 사업장에도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폐업과 이에 따른 실업 확대 등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고,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최저임금을 인상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 8월 29일 폭우가 내렸는데도 광화문 집회(소상공인생존권 운동연대 총궐기대회)에 많은 사람이 모여든 이유는.

"총궐기대회에 소상공인 3만명이 모였다. 제주도에서 최북단 강원도 고성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왔다. 소상공인들은 업종별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집단행동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음식점·PC방·미용실 등 다양한 업종이 하나로 뭉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자발적으로 하루 장사를 포기하고 나온 사람들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들에게 지원해준 것은 우의가 전부였다. 이 마저도 예산이 부족해 만개밖에 준비를 못했다. 하루 장사를 포기하는 것은 소상공인이게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었을텐데 3만명이나 참여한 것은 어려움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 삭발하는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쇼맨십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할 방법이 따로 없었다. 그렇다고 돌과 화염병을 던질 수는 없지 않은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삭발한 것이다.

소상공인을 자본가 즉, 사용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소상공인은 규모가 있는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과 확연히 다르다. 같은 등급으로 봐서는 안된다. 사실 소상공인 대다수는 기업에서 일하다가 밀려난 사람이거나 어렵게 자기 가게를 마련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빚도 많다. 노동자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한 생계형 자영업자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업장이 있다는 이유로 항상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 중소·중견기업 사이에 끼여 보이지도 않는 존재였다.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은 많지만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은 없었다. 있어도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우리도 이제 독립적,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 집회가 열린 8월 29일을 ‘소상공인 독립의 날’로 정했다."

- 집회 이후 정부의 반응은.

"반응이 없다. 정부가 우리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최근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 붙이겠다고 다시 강조했을 뿐이다. 우리도 소득주도 성장을 부정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경기가 안 좋으니 속도를 조절하자는 것이다. 특히 5인 미만 자영업자 등 영세한 소상공인의 경우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생존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소상공인도 취약계층인데, 왜 우리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하나.

물론 완벽한 정책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미흡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성적인 정부라면 부족한 부분을 수정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소상공인생존권 운동연대 총궐기대회’에서 최승재(가운데) 회장이 앞으로의 투쟁 의지를 다지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나.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일시적인 처방만 반복하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 대책의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이 35%쯤 된다. 또 부가가치세 납부면제 기준을 연 매출 24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조정한다고 하는데, 3000만원이면 하루 매출이 8만원 꼴이다. 하루 8만원을 벌어 임대료·원자재 값·인건비를 제외하면 남는 게 정말 하나도 없다. 포장마차나 해당될지 모르겠다.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다.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지원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 청와대는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고 소상공인과 소통하려 하는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한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영업비서관도 우리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 제도 개선인데, 대기업-중소기업, 소상공인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 소상공인은 혼자 일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큰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과연 그럴까. 소상공인 중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정확한 통계를 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수는 567만명인데, 그 중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가 157만명(27.7%)이나 된다. 그런데 4대 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거나, 단기 일자리를 찾는 직원들이 많아 1인 자영업자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소상공인 관련 통계를 정확하게 내고, 현장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정부에 말했지만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또 지금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소상공인은 평생 혼자서만 일하고 살아야 하느냐고 묻고 싶다. 소상공인들도 사업장을 키우고 싶은 욕심과 꿈이 있다. 소상공인 대부분 하루 평균 13시간을 일한다. 8시간 일하는 일반 근로자와 비교하면 5시간이 많다. 얼마나 힘든지 안해본 사람은 모른다."

- 최저임금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나.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심의 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등 총 27명이다. 사용자위원 9명 중 2명이 소상공인연합회 소속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추천한 사람이 아니다.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 사용자 위원 9명 중 50%를 소상공인 대표로 보장해 우리의 현실도 반영돼야 한다."

- 보수, 진보 등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절대 정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문제를 제기 하니 야당 쪽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29일 집회에도 야당 의원들만 참여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당·야당 가리지 않고 집회 안내문을 보냈다. 여당이 오지 않았을 뿐이다.

회원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단체는 분명히 정치적으로 중립이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본질이 묻힐까 두렵다. 집회 전 ‘소상공인 민생진보연대를 만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진보· 보수와는 다른 개념이다. 소상공인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혁신,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대화를 많이 했다. 그런데 여당이 되면서는 소통이 제대로 안 된다. 심지어는 그들은 과거 문제가 있다고 질타한 집권당과 똑같은 행동을 할 때도 있다. 아쉬운 마음도 있고, 간혹 배신감을 느낄 때도 있다."

- 앞으로 계획은.

"많은 사람들이 집회를 또 열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나 이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우리는 문제를 제기했고, 현재 청와대와 정부의 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정부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집회를 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나온다면 제2, 제3의 집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국 각지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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