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벨 물리학상의 스트릭랜드, 위키피디아 '무명인' 및 59세에 부교수 신분
김재영 입력 2018.10.02. 22:20 수정 2018.10.02. 22:28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2일 발표된 올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중에서 누구보다 여성인 도나 스트릭랜드(59) 박사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에 소속된 스트릭랜드 박사는 현재 신분이 정교수이 아닌 부교수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조금이라도 유명하면 인물 소개가 나오는 위키피디아에도 나오지 않은 '무명인'이었는데 이는 박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여성 과학자의 '초라한' 현주소를 웅변해주는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스트릭랜드 박사는 1903년 마리 퀴리가 방사선 연구로 남편 피에르 및 베크렐과 첫 물리학상을 받고 이어 1963년 독일계 미국 국적의 마리아 괴퍼트-메이저 교수가 원자핵 내 광자 및 중성자 배열 연구로 공동 수상한 뒤 55년 만에 첫 여성 물리학상 수상자가 됐다.
그녀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이제 정교수로 승진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가디언은 소개하면서 일부 물리학자들은 반백년 만의 여성 수상이라는 '통속적' 제목에 스트릭랜드 박사의 연구 내용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주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는 레이저 연구에 큰 돌파구를 뚫은 공로를 인정한 것인데 미국 벨 연구소의 아서 애슈킨 박사 1명과 프랑스 파리 폴리테크니크의 제라르 무루 교수 및 스트릭랜드 박사 2명의 두 팀으로 나눠 연구 내용이 갈라진다. 상금 11억원도 두 팀이 반분하며 무루 및 스트릭랜드 팀은 그 반을 다시 나눠갖게 됐다.
애슈킨 박사는 레이저가 발명된 1960년 직후 이 부문 연구를 시작해 1987년 '광 핀셋(족집게)'라는 고강도의 레이저를 만들어냈다. 분자, 원자는 물론 세포, 바이러스 등 마이크로 크기의 미생물을 과학자들이 수월하게 손으로 조종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현재 96세인 애슈킨 박사는 물리학상뿐 아니라 노벨상 전체 통틀어 최고령 수상자가 됐다. 1997년 레이저 연구가 첫 노벨상을 받게 됐었을 때 3명 안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고 한다.
노벨 물리학상은 1905년 로렌스 브락이 25세로 최연소 수상했다.
프랑스 국적 외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무루 교수(76)는 스트릭랜드(59)의 멘토였으며 두 사람은 미국 로체스터 대학에서 합류해 공동 연구에 착수했고 극도로 짧은 시간에 압축해 아주 강력한 레이저를 생성하는 법을 알아냈다. 우리가 레이저하면 떠올리는 안과 수술 등에 사용하는 레이저가 두 사람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레이저는 1905년 아이슈타인이 이론적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1960년에 실현된 것으로 '유도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의 영문 첫글자를 모은 것이다.
1901년부터 시상된 노벨상은 지난해까지 6개 부문에 걸쳐 개인 892명에게 수여됐으며 여성은 48명에 달하나 문학상과 평화상을 빼면 18명에 불과한다. 1968년 시작된 경제학상의 1인을 제외하면 17명의 여성이 의학생리, 물리 및 화학
노벨상을 탔다.
현재 세계 대학 과학기술 부문 교수 인력의 10분의 1이 여성이라고 한다. 전날 세른(유럽 공동 원자핵연구소)에 재직중인 이탈리아 피사대의 남성 교수는 노벨 물리학상을 겨냥해서인지 "물리학은 남성에 의해 발명되고 건축되었다. (여성에 대한 예의상의) 초청에 의해 이룩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가 정직 당했다.
스트릭랜드 박사는 이날 수상 통보를 받고 "세상이 미친 것 아니냐는 생각, 실화(레알)냐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앞줄의 내가 탄 만큼 이제부터 (여성 수상의) 속도가 크게 붙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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