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이 왜 증거 없애고 말 바꿨는지 따져라" 2심 앞두고 떠오른 쟁점
김서영 기자 입력 2018.12.20. 11:14 수정 2018.12.20. 11:20
[경향신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한 2심 재판을 앞두고 피해자측이 “재판부는 피의자 안희정이 진술을 뒤집고 증거물을 없앤 것에 대해 심문하라”고 요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안 전 지사의 2심 공판을 21일부터 진행한다.
20일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대위’는 “지난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1심에서 12시간에 걸쳐 증언할 동안 안희정 전 지사는 심문하지 않았다”며 “도대체 안희정 전 지사는 어떻게 ‘동의’를 구했고 정확하게 무엇을 ‘합의’로 확인했다는 것인지 안희정 전 지사에게 질문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또한 “안희정 전 지사는 ‘휴대폰 폐기’를 이유로 검찰에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았는데, 증거물을 함부로 없앤 이유는 무엇인가. ‘애정관계’였다고 주장하면서 애정관계로 보이는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 건 어째서인가”라고 지적했다.
안희정 전 지사가 1심 재판 과정에서 비서 성폭력 건에 대한 자신의 최초 입장을 번복한 사실도 문제로 제기됐다. 지난 3월6일 안희정 전 지사는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합의에 의한 관게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입니다. 모두 다 제 잘못입니다”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피해자가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힌 이후다. 그러나 이어진 공판 등에서 그는 “내 지위로 위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도덕적 책임은 회피하지 않겠다”면서도 “어떻게 지위를 가지고 한 사람의 인권을 빼앗나”라고 지난 7월27일 최후진술에서 밝혔다.
1심을 맡았던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지난 8월14일 판결문에서 안 전 지사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위력은 존재했지만, 안 전 지사가 “권위적이거나 관려적이지 않고 참모진과 소통하는 정치인”이라는 점 등을 들어 이같은 위력이 일상적으로 행사되거나 남용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성인 여성인 피해자가 피의자와 단 둘이 남겨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고, 신체접촉을 빠져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봤다. 피해자 측의 주장과 진술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후 피해자는 “왜 가해자와 그의 증인들이 하는 말은 다 들으면서 나의 이야기는 듣지 않느냐. 검찰이 여러 차례 검증하고 확인한 증거들을 읽어보긴 했는가”라며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피해자 측 정혜선 변호사는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 특정한 일을 동일하게 진술했는데,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한 반면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했다. 항소심은 달라야 한다”고 밝혔다.
안희정 전 지사의 항소심은 지난 7일 공판 준비기일에서 공판 일정이 정해졌다. 21일 공판에선 항소이유 등이 밝혀지고, 이후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의 증인심문이 이어진다. 선고기일은 내년 2월1일로 가닥이 잡혔다. 진행 상황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29일부터 지난 2월25일까지 자신의 수행비서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강제추행 5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11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지난 8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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