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이야기

루비·사파이어 풍부..지구 21광년 거리 '보석 행성'발견

forever1 2018. 12. 23. 10:31



루비·사파이어 풍부..지구 21광년 거리 '보석 행성'발견

허정원 입력 2018.12.23. 05:00 수정 2018.12.23. 07:27

               
루비ㆍ사파이어 등 산화 알루미늄이 풍부할 것으로 예상된 HD219134 b. 이 행성은 태양계의 태양에 해당하는 모행성을 단 3일만에 공전할 만큼 가까이 붙어있다. [사진 취리히대(UZH)

루비와 사파이어가 지천에 널려있는 ‘보석 행성’이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21년이나 걸리는 거리에 있는 외계행성 ‘HD219134 b’가 그 주인공이다. 스위스 취리히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비롯한 국제공동연구진은 HD219134 b의 광물 구성을 분석해 이같이 결론 내리고, 영국왕립천문학회 월간 회보(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ㆍMNRAS) 12월호에 발표했다.


'엄마별'에 바짝 붙어 뜨거운 HD219134 b

태양계에서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은 수성이다. 공전 주기가 가장 짧은 행성인 수성도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약 88일이 걸린다. 일 년이 88일인 셈이다. 그다음으로 가까운 금성은 225일, 지구는 365일이다. 그런데 HD219134 b는 공전주기가 3일밖에 안 된다. 그만큼 '엄마별'의 중심에 가깝다는 얘기다.

그만큼 온도도 매우 높다. 정안영민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태양과 같은 항성(Fixed Star)은 초기에 가스와 먼지로 된 성계 원반에 둘러싸여 있는데, 행성(Planet)은 이 원반에서 만들어진다”며 “원시 행성계 원반이 식는 과정에서 철ㆍ마그네슘 등 원소가 응결돼 행성을 만드는 만큼, 온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4년 발견된 게자리 55e(55 Cancri e) 행성은 탄소가 가득 차 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번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탄소가 고압에서 결정을 이루면 다이아몬드가 되는 만큼, 온도 등 행성이 처한 조건과 구성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철 없고, 알루미늄 풍부..."루비ㆍ사파이어는 산화알루미늄"
유럽남방천문대가 공개한 외계행성에 대한 예술가들의 인상을 보여주는 이미지. HD219134 b는 발견 당시 지구와 가장 가까운 암석형 외계행성으로 주목받았다. [EPA=연합뉴스]

HD219134 b는 칼슘과 알루미늄, 실리콘(규소) 등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철 성분은 매우 적은 특징이 있었다. 특히 연구진은 이 행성에 풍부한 알루미늄에 주목했다. 정안영민 박사는 “사파이어와 루비를 화학식으로 표현하면 산화알루미늄(AL2O3)으로, 두 보석이 거의 같은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진행한 취리히대 천체물리학자인 캐롤라인 도른 역시 “HD219134 b에는 산화알루미늄이 풍부하기 때문에 루비나 사파이어처럼 적색과 청색으로 빛나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HD219134 b가 처음 관측된 것은 2015년 7월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국립 망원경(Telescopio Nazionale GalileoㆍTNG)에 의해서였다. 곧이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역시 스피처우주망원경(Spitzer Space Telescope)으로 이 행성을 촬영했으며, 당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암석형 외계행성(Rocky Exoplanet)으로 주목을 받았다. 외계행성은 태양계 밖의 별(항성)을 공전하는 행성으로, 이후 과학자들은 이 행성의 대기와 구성 성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팀은 “보석 행성과 같이 철이 부족한 행성은 자기장을 가질 수 없다”며 “전혀 새로운 형태의 슈퍼지구(Super-Earth)”라고 설명했다. 슈퍼지구는 암석으로 구성된 지구형 행성 중에서도 지구보다 질량이 2~10배 큰 천체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연구팀은 이같은 슈퍼지구를 3개나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구팀은 2012년 이른바 ‘다이아몬드 행성’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던 슈퍼지구 ‘55 캔크리(Cancri·게자리)e’에 관한 추가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