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없는 성장… “정부, 우군과 싸워 기득권 걷어내야”
이 전 부총리는 외환위기 및 그 극복과 관련해 "만약 경제가 그때 안 부서졌다면 오늘날의 삼성·SK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온 사회가 그때 치른 것의 수십배 비용을 치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적당한 타협은 안된다. 문제를 모두 드러내놓아야 해결이 된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경제가 어렵지는 않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대통령도 ‘거시 지표는 견고하다’고 표현했다.
“고용이 전혀 창출되지 않고 있다. 거시 지표를 살피는 이유가 뭔가.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게 고용ㆍ물가와 연동되니 의미가 있는 거다. 그런데 지금의 거시 지표는 고용과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다. 과거 산업에 바탕을 둔 고용과 영세 사업, 술집, 음식점, 커피점, 편의점 등이 전부 정체에 빠져있다. 정부 정책 자체가 그걸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경제가 거의 질식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정책들에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정책의 파장을 계산하는 이들이 없다. 최저임금제와 52시간제, 부동산세 정책이 모두 같은 모양새다. 부자를 옥죄겠다는 목표 하나만 분명하다. 정책은 단순하지 않다. 결과(consequence)와 파장(subsequence)을 정교하게 계산해야 한다. 사람에게 움직일 틈을 줘야 한다. 최저임금은 고용주가 움직일 틈을 주지 않고 얽어맸다. 부동산세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이 없게끔 만들었다. 양도소득세 중과는 국민의 궁핍화 정책이다. 한 가장이 5억원 주고 산 집이 9억원이 됐다 치자. 그걸 팔고 이사를 가려면 이익의 반을 내놔야 한다. 그럼 기존에 살던 수준의 집을 살 수가 없다. 집값은 다같이 올랐으니까. 이렇게 파장을 계산 못한 정책들이 수두룩하게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산업 정책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구시대적이다. 답답함을 느낀다. 산업정책은 박정희 시대의 산물이다. 산업정책이란 게 무슨 산업을 육성할 건지 정부가 정한다는 것이다. 기준을 만들고 지원받을 기업을 선정해 자금을 배분한다. 정부가 기업보다 아는 것이 많을 때 산업정책을 펼칠 수 있다. 지금은 어떤 산업이 더 나아질지 누가 알 수 있는가. 우선은 산업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졌다. 토스는 금융업인가 IT업인가. 배달의민족은 물류인가 IT인가. 개인이 좋은 기업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게 정부가 할 일의 전부다.”
-결국 아래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주택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했는데, 그 역시 구시대적이다. 이전의 대통령들이 해온 일을 답습한 거다. 신도시를 만든다고 지금의 주택 문제가 해결될까. 서울 도심은 계속 낡아가는데 사람들이 외곽으로 빠져나가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가질 때다. 도시 재생을 내셔널 프로젝트로 삼고 이에 참여할 개인들을 지원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부나 규제를 없애겠다고 하지만, 규제가 눈에 띄게 없어진 적이 없다.
“규제는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몸부림이다. 사회 전체에 기득권이 너무 강해지고 있다. 전 국민이 기득권화됐다. 정부가 표로 얻은 기득권이나 노동자가 투쟁을 해서 얻은 기득권이나 마찬가지 기득권이다. 온 사회가 기득권에 매달리면 변화가 없다.”
-왜 기득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정부가 우군과 싸우지 못해서다. 역대 성공한 정권은 우군과 싸움을 벌여 이겨냈다. 김대중(DJ) 대통령은 최소한 아주 격렬하게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었고, 그걸 극복해나갈 각오까지 되어 있었다. 지금은 정부가 몇몇 기득권 무리를 우군을 넘어 동지로 인식하고 있다. 싸움을 못하고 끌려다니고 있다. 촛불을 누가 일으켰는가. 이 답에 따라 정부의 설 길이 달라진다. 그걸 민주노총·전교조·전공노와 경실련·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주도했다고 생각하면 정부가 끌려다니게 되는 거다. 나는 촛불의 주역은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누구에게도 부채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시민단체나 민노총 등과 맞서야 한다는 건가.
“이들과 정면으로 싸우고 넘어가야 창조적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들의 기득권을 털지 않으면 나라가 한 걸음도 앞으로 못 나간다. 1981년 미국에서 공항 관제사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파업한 적이 있다. 레이건 대통령이 그 사태를 어떻게 대처했나. 48시간 복귀 명령에 따르지 않은 1만1000여명을 파면했다. 그 정도 용기가 있어야 사회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거다. 기득권이라는 게 엄청난 게 아니다. 예순살 택시 운전사가 쥐고 있는 개인 택시 면허증, 그게 기득권이다. 그걸 놓으라고 하는 게 가혹해보이지만, 그걸 넘어서지 못하면 사회가 앞으로 나가질 못한다.”
[출처: 중앙일보] [단독] 이헌재 “2019 각자도생 해…1998 같은 고통 직면”
고용 없는 성장… “정부, 우군과 싸워 기득권 걷어내야”
이 전 부총리는 외환위기 및 그 극복과 관련해 "만약 경제가 그때 안 부서졌다면 오늘날의 삼성·SK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온 사회가 그때 치른 것의 수십배 비용을 치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적당한 타협은 안된다. 문제를 모두 드러내놓아야 해결이 된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경제가 어렵지는 않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대통령도 ‘거시 지표는 견고하다’고 표현했다.
“고용이 전혀 창출되지 않고 있다. 거시 지표를 살피는 이유가 뭔가.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게 고용ㆍ물가와 연동되니 의미가 있는 거다. 그런데 지금의 거시 지표는 고용과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다. 과거 산업에 바탕을 둔 고용과 영세 사업, 술집, 음식점, 커피점, 편의점 등이 전부 정체에 빠져있다. 정부 정책 자체가 그걸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경제가 거의 질식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정책들에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정책의 파장을 계산하는 이들이 없다. 최저임금제와 52시간제, 부동산세 정책이 모두 같은 모양새다. 부자를 옥죄겠다는 목표 하나만 분명하다. 정책은 단순하지 않다. 결과(consequence)와 파장(subsequence)을 정교하게 계산해야 한다. 사람에게 움직일 틈을 줘야 한다. 최저임금은 고용주가 움직일 틈을 주지 않고 얽어맸다. 부동산세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이 없게끔 만들었다. 양도소득세 중과는 국민의 궁핍화 정책이다. 한 가장이 5억원 주고 산 집이 9억원이 됐다 치자. 그걸 팔고 이사를 가려면 이익의 반을 내놔야 한다. 그럼 기존에 살던 수준의 집을 살 수가 없다. 집값은 다같이 올랐으니까. 이렇게 파장을 계산 못한 정책들이 수두룩하게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산업 정책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구시대적이다. 답답함을 느낀다. 산업정책은 박정희 시대의 산물이다. 산업정책이란 게 무슨 산업을 육성할 건지 정부가 정한다는 것이다. 기준을 만들고 지원받을 기업을 선정해 자금을 배분한다. 정부가 기업보다 아는 것이 많을 때 산업정책을 펼칠 수 있다. 지금은 어떤 산업이 더 나아질지 누가 알 수 있는가. 우선은 산업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졌다. 토스는 금융업인가 IT업인가. 배달의민족은 물류인가 IT인가. 개인이 좋은 기업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게 정부가 할 일의 전부다.”
-결국 아래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주택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했는데, 그 역시 구시대적이다. 이전의 대통령들이 해온 일을 답습한 거다. 신도시를 만든다고 지금의 주택 문제가 해결될까. 서울 도심은 계속 낡아가는데 사람들이 외곽으로 빠져나가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가질 때다. 도시 재생을 내셔널 프로젝트로 삼고 이에 참여할 개인들을 지원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부나 규제를 없애겠다고 하지만, 규제가 눈에 띄게 없어진 적이 없다.
“규제는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몸부림이다. 사회 전체에 기득권이 너무 강해지고 있다. 전 국민이 기득권화됐다. 정부가 표로 얻은 기득권이나 노동자가 투쟁을 해서 얻은 기득권이나 마찬가지 기득권이다. 온 사회가 기득권에 매달리면 변화가 없다.”
-왜 기득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정부가 우군과 싸우지 못해서다. 역대 성공한 정권은 우군과 싸움을 벌여 이겨냈다. 김대중(DJ) 대통령은 최소한 아주 격렬하게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었고, 그걸 극복해나갈 각오까지 되어 있었다. 지금은 정부가 몇몇 기득권 무리를 우군을 넘어 동지로 인식하고 있다. 싸움을 못하고 끌려다니고 있다. 촛불을 누가 일으켰는가. 이 답에 따라 정부의 설 길이 달라진다. 그걸 민주노총·전교조·전공노와 경실련·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주도했다고 생각하면 정부가 끌려다니게 되는 거다. 나는 촛불의 주역은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누구에게도 부채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시민단체나 민노총 등과 맞서야 한다는 건가.
“이들과 정면으로 싸우고 넘어가야 창조적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들의 기득권을 털지 않으면 나라가 한 걸음도 앞으로 못 나간다. 1981년 미국에서 공항 관제사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파업한 적이 있다. 레이건 대통령이 그 사태를 어떻게 대처했나. 48시간 복귀 명령에 따르지 않은 1만1000여명을 파면했다. 그 정도 용기가 있어야 사회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거다. 기득권이라는 게 엄청난 게 아니다. 예순살 택시 운전사가 쥐고 있는 개인 택시 면허증, 그게 기득권이다. 그걸 놓으라고 하는 게 가혹해보이지만, 그걸 넘어서지 못하면 사회가 앞으로 나가질 못한다.”
[출처: 중앙일보] [단독] 이헌재 “2019 각자도생 해…1998 같은 고통 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