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한 정보

유럽서 물처럼 마시는 '탄산수'가 나쁘다고?

forever1 2019. 2. 5. 14:05



유럽서 물처럼 마시는 '탄산수'가 나쁘다고?

김종화 입력 2019.02.05. 09:00 수정 2019.02.05. 11:13

                          
      
유럽 사람들은 탄산수를 많이 마시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명절이라 친인척이 모처럼 모여 반주로 술 한잔씩 나누시죠? 술을 못마시는 사람이나, 운전해야 할 사람은 대신 탄산음료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탄산음료는 당분이 많이 들어 몸에 안좋으니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탄산음료가 몸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분이 없이 탄산만 든 탄산수도 몸에 그다지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휴가철에 유럽으로 여행 많이 나가시지요? 유럽에 가면 외국인들은 탄산수를 물처럼 마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탄산수가 몸에 안좋다면 선진국인 유럽에 사는 사람들이 왜 물처럼 마실까요?


탄산수는 탄산가스가 함유된 물입니다. 천연으로 탄산가스를 함유하고 있거나 물에 탄산가스를 섞은 것을 말하지요. 탄산음료는 탄산수와는 달리 식품첨가물이 들었고, 제조과정에서 백설탕과 액상과당 등 당분이 추가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게 한다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마시지 못하게 합니다.


탄산음료의 당분 함유량은 다른 음료보다 훨씬 많습니다. 당분이 지방으로 축적되면 비만, 당뇨병, 동맥경화 등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미국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비만인구가 늘어나는 이유가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 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탄산음료에 함유된 당분은 위험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시중에서 사다먹는 레몬향과 라임향 등이 첨가된 탄산수는 어떨까요? 비록 당이 빠졌지만 향이 첨가된 만큼 탄산수라기보다 탄산음료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탄산음료나 탄산수에 들어있는 탄산은 우리가 숨을 쉬고 뱉을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입니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았을 때 약간의 탄산이 발생하는데 이를 이용해 만드는 것이 탄산수나 탄산음료인 것이지요. 다시 말하면, 탄산수는 이산화탄소가 녹은 물입니다.


탄산은 당 성분이 빠져도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가장 걱정해야 할 부분은 치아입니다. 탄산수나 탄산음료에 들어가는 탄산은 산성 2.5~3.7로 치아 부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것이 치아에 좋습니다. 탄산수나 탄산음료를 마셨을 경우 바로 양치질을 하는 것도 삼가해야 합니다.


탄산음료에 들어있는 산과 치약 속 연마제가 만나면 치아를 빠르게 부식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바로 양치질 하기보다는 물로 입안을 헹구고 30분 정도 지난 후 양치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탄산수 가운데 각종 향이 첨가된 제품은 탄산수가 아닌 탄산음료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탄산이 나쁘다 나쁘다 하지만 소화를 도와주는 작용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탄산음료를 마신 뒤 '꺼억'하고 트림을 하는데 이는 탄산이 제역할을 해서 소화를 잘 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지요. 그러나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마신 뒤 하는 트림은 탄산가스가 장에서 다 흡수되지 못하고 여분의 공기가 식도를 타고 다시 나오는 것일 뿐입니다.


탄산은 음식물을 쪼개거나 위산 분비를 잘 되게 하는 소화 기능을 하지는 않습니다. 탄산은 산의 한 종류여서 위에 자극을 줄 수 있고, 위에 있는 신물까지 입으로 넘어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마시면 오히려 소화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럽 사람들이 물처럼 탄산수를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럽은 물이 나쁘지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물보다 지형이 나쁘기 때문인데 유럽의 지형은 대부분이 석회질 암반으로 이뤄져 물 속에 석회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석회수에는 수산화칼슘이 함유돼 있는데 이 물을 그냥 마시면 복통을 유발하고 텁텁한 맛을 냅니다. 생으로 마시기엔 식수로 적합하지 않은 것이지요.

탄산수의 주 성분인 이산화탄소는 석회질의 주성분인 수산화칼슘과 만나면 탄산칼슘을 만듭니다. 불용성인 탄산칼슘은 물에 녹지 않고 가라앉는데 탄산수를 마시면 석회질이 빠져 텁텁한 맛이 안나고 복통도 느끼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병에 담을 때 가라앉은 탄산칼슘이 걸러지기 때문에 다 마셔도 문제는 없습니다.


특히 약 산성의 이산화탄소 기포는 장 운동을 원활하게 하기 때문에 육류나 기름진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습니다. 과학적으로 수질 상태를 점검할 수 없었던 18~19세기에는 탄산수를 마시는 것이 더 좋은 물을 마실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유럽은 지금까지 탄산수를 가장 많이 만드는 곳이고, 즐겨 마시는 지역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