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이야기

토성의 춘분은 색다르다

forever1 2019. 3. 21. 08:23



토성의 춘분은 색다르다

입력 2019.03.21. 06:06

               
21일은 지구의 춘분, 23일은 화성 춘분
토성의 춘분 땐 고리가 아주 얇게 보여
카시니, 2009년 8월에 춘분 토성 첫 촬영
2009년 8월 카시니가 찍은 춘분점의 토성. 토성 표면에 고리 그림자가 아주 얇게 나타난다.나사 제공

3월21일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서반구에선 20일)이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봄이 시작된다. 춘분(또는 추분)은 지구에서만 있는 건 아니다.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는 태양계의 행성들은 사실 모두 춘분(또는 추분)을 맞는다. 물론 하지, 동지도 있다. 때마침 화성도 23일 춘분을 맞는다. 2018년 5월22일 추분을 지난 지 10개월 만이다. 화성의 1년은 지구 기준으로 687일(화성일로는 668일)이다.

춘분 때의 행성 모습은 어떨까? 둥글둥글한 행성의 모습이 춘분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게 보일 건 없다. 하지만 고리를 갖고 있는 토성의 춘분은 좀 다르다. 지구에서 본 춘분점의 토성은 고리가 아주 얇은 선으로만 보인다. 토성의 고리는 적도를 에워싸고 있는데, 햇빛이 행성의 적도를 90도 각도로 비추기 때문이다. 토성 자전축의 기울기는 26.7도로 지구 23.5도, 화성 25.2도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춘분에는 햇빛이 적도 상공에서 수직으로 내리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21일 지구의 춘분일을 맞아 유럽우주국(ESA)이 과거 토성탐사선 카시니가 찍은 춘분을 통과하는 토성 사진을 공개했다. 2009년 8월12일에 찍은 것으로, 지구 전령사가 찍은 최초의 춘분점 토성 모습이다.

지구가 아닌 토성 가까운 지점의 위쪽에서 본 것이어서 고리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촬영 당시 카시니는 토성 고리에서 20도 각도 위쪽으로 84만7천km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8시간 동안 촬영한 사진 75장을 모자이크했다고 한다.

평소엔 이렇게 고리 그림자가 짙고 굵다. 나사 제공

평소엔 고리 그림자가 짙고 굵어

토성 다음 추분은 2025년 5월 발생

하지만 고리에 햇빛이 수직으로 내리쬐는 까닭에 고리는 평소보다 더 어둡게 보인다. 대신 표면에 당도한 빛이 반사되면서 토성의 다른 곳은 평소보다 더 밝게 보인다. 토성 표면에 비치는 고리의 그림자도 아주 얇다. 평소에 토성 표면을 가리던 굵고 진한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춘분(또는 추분) 전후 몇달 동안만 나타난다고 나사는 밝혔다.

밤낮 길이가 같은 주야평분(춘분, 추분)은 행성이 태양을 한 번 공전할 때 두 번 일어난다. 지구에선 3월과 9월이 바로 그 때다. 공전주기가 29년인 토성은 14.7년마다 춘분과 추분을 번갈아 맞는다. 유럽우주국은 토성의 다음 주야평분 지점인 추분이 2025년 5월에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카시니가 토성을 탐사하는 모습 상상도. 나사 제공

미 항공우주국(나사)과 유럽우주국의 합작 프로젝트인 카시니는 1997년 10월15일 지구를 출발해 2004년 7월 토성 궤도에 진입했다. 이후 13년 동안 토성 궤도를 돌며 탐사 활동을 한 뒤 2017년 9월15일 토성 대기 중에서 산화함으로써 일생을 마쳤다. 카시니는 토성 궤도를 294번 돌면서 45만여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과학자들은 카시니가 남긴 자료를 토대로 올 들어 토성이 자전주기가 10시간33분38초라는 점, 토성은 45억년 전 형성됐지만 토성의 고리는 공룡이 생존했던 1천만~1억년 전에 생겨난 점 등을 밝혀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