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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필드 경(卿)(Lord Chesterfield)

forever1 2021. 1. 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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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필드 경(卿)(Lord Chesterfield)

 

卿, 이 벼슬 경은 ‘영국에서 귀족의 작위(爵位, peerage)를 받은 이를 높여 가리키는 말’입니다.

무언가를 증명하고자 한다면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 하게 하여라. 아무도 당신이 증명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은근하고 능숙하게 하라.

런던에서 출생한 영국의 시인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는 그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가르치는 것 같지 않게 가르쳐라. 그리고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마치 그들이 잊고 있었던 것처럼 알려줘라.”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인 갈릴레오(Galileo Galilei)도 3백여 년 전에 말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단지 그 안에 있는 것을 발견하도록 도울 수 있을 뿐이다.”

체스터필드 경은 아들에게 말했다.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현명해져라. 그러나 그것을 그들에게 말하지는 마라.”

알렉산더 포프나 갈릴레오 그리고 체스터필드 경의 말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본보기가 되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배워 학벌이 높다고, 어쩌다가 보니 사용 방법이나 기술을 조금 일찍 알았다고, 그것을 대단한 자랑으로 알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언행(言行, sayings and doings)을 하는 사람은 친구도 적으로 만들고 마는 사람입니다.

한 번쯤 어디서 읽었거나 들었을 법한 글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영국의 어느 시골 동네 벼룩시장(flea market)에서 옷을 고르고 있는 피터 씨와 그의 아들 잭은 동시에 코트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두툼한 검은색 모직으로 된 이 코트는 오래되긴 했지만, 그동안 잘 보관했는지 부드럽고 따뜻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가격(價格, price)은 28달러밖에 되지 않았답니다.

잭이 말했습니다.

“아버지, 이 모직 코트 입어봐도 되지요?”

그러자 피터 씨가 말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입어보렴”

잭은 기분 좋게 코트를 입어보았습니다. 묵직한 공단 안감을 댄 이 코는 옷감도 좋을 뿐 아니라 고전적인 우아함(Classic elegance)까지 지니고 있었고, 무엇보다 잭에게 꼭 맞았습니다.

그래서 피터 씨는 아들을 위해 그 모직 코트를 사서 잭에게 주었습니다.

이튿날 잭은 그 코트를 입고 학교에 갔습니다. 그리고 기분 좋은 웃음 띠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잭은 자랑스럽게 부모님에게 말했습니다.

“얘들이 이 코트가 좋다고 야단이에요.”

잭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코트를 벗어 잘 손질한 다음 옷걸이에 걸어놓았습니다. 전에 같으면 윗도리를 벗어서 휙 집어 던졌던 아들이 점잖게 옷을 거는 모습을 보고 피터 씨 부부는 아들 잭이 보는 앞에 그 옷을 「체스터필드 경」이라고 호칭을 붙여주었습니다.

그 후로 잭에게 변화(變化, transformation)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대신에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며 존중(尊重, esteem)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신중하고 점잖고, 생각이 깊어졌으며 가능한 남을 기쁘게 해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동생이 원하면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도 순순히 빌려주었습니다. 불평불만(不平不滿, Complaining) 없이 집 안 청소도 하고 어머니를 돕는 일도 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피터 씨가 잭의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웃으시며 “그 코트 때문일 거예요.(It's probably because of that coat.)”라고 말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잭의 코트를 보고 모두 “멋있구나”, “점잖은 신사 같구나.”라는 칭찬(稱讚, praise)을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만난 이웃집 아저씨는 잭을 보더니 정중하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그 코트 때문에 일어난 변화였습니다.

놀랍게 변모된 아들을 지켜보던 피터 씨는 28달러의 중고 코트가 아들에게 미친 영향에 놀라워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우리 속담에 “옷이 날개다.”라는 말이 있지만, 좋은 옷을 입으면 사람이 변하는가 봅니다.

구소련에서 군대 계급을 없애고 장교(將校, commissioned officer)들에게도 병사들과 같은 옷을 입혔더니, 장교들도 병사들이 하는 것과 같이 아무 곳에서나 오줌을 누고, 무례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더라는 것입니다.

개차반(churl)인 사람에게도 좋은 옷을 입혀서 칭찬하게 되면 그의 언행을 바꿀 수가 있답니다. 그러므로 행동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칭찬과 격려(激勵, encouragement)로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단기(檀紀) 4,354년(CE, Common Era, 2,021년) 1월 23일

소백산 끝자락에서 김 병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