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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뛰쳐나올 듯..1만7000년 전 캥거루 벽화

forever1 2021. 2. 23. 11:31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듯..1만7000년 전 캥거루 벽화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 02. 23. 09:17 수정 2021. 02. 23. 09:57

 

[사이언스카페]

호주 원주민이 동굴에 그려진 캥거루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호주 멜버른대

호주의 한 동굴에서 1만7000년 전에 그린 실물 크기의 캥거루 벽화가 발견됐다. 당장이라도 두 발로 뛰어오를 것 같이 생생한 이 동굴벽화는 인간이 그린 가장 오래된 캥거루 그림으로 기록됐다.

호주 멜버른대의 앤드루 글리도 교수와 다미엔 핀치 박사 연구진은 2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에 “호주 북서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킴벌리의 한 동굴에서 캥거루 등 여러 동물과 사람이 그려진 벽화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호주 원주민들은 동굴벽에 다양한 동물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연대 측정이 쉽지 않았다. 물감에 탄소 동위원소 연대측정에 쓸 수 있는 유기물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호주 킴벌리 지역의 동굴 천장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캥거루 벽화. 1만7300년 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멜버른대

핀치 박사 연구진은 이번에 벽화의 물감 위와 아래에서 말벌집의 흔적을 발견했다. 말벌집은 유기물질이다. 연구진은 동굴 천장에 그려진 2미터 길이의 캥거루 그림 위아래에서 발견된 말법집의 연대가 1만7500년에서 1만7100년 사이임을 밝혔다. 이를 통해 캥거루 벽화는 1만7300년쯤 그려졌다고 추정했다. 핀치 박사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라고 밝혔다.

호주 킴벌리 지역의 동굴에서 발견된 벽화. 캥거루(위, 아래)와 사람(가운데)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은 윤곽을 강조한 그림과 추정 제작 연대이다./호주 멜버른대

동굴에는 뱀, 도마뱀과 사람도 그려져 있었다. 제작 연대는 9000년에서 1만5000년 전까지 다양했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의 스벤 우즈만 박사는 “동굴 벽화는 호주 원주민의 문화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캥거루 그림은 동남아시아 섬들에서 발견되는 4만년도 더 된 동굴벽화와 유사하다”며 “둘 사이의 문화적 연결이 있었다면 호주에 더 오래된 벽화가 있을 가능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