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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의 기원

forever1 2008. 2. 24. 18:03
 

                                                      에드워드 존 포인터 경 <아탈란타의 경주>

19세기 영국화가 에드워드 존 포인터가 그린 <아탈란타의 경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유명한 남녀간의 경주를 소재로 한 그림입니다.
아탈란타는 매우 달음박질을 잘하는 소녀였습니다. 달리기를 잘할 뿐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건강하고 예쁜 아탈란타가 장성하자 집 앞에는 구혼자들이 구름 떼 같이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떤 남자와도 결혼하기를 원하지 않았지요. 그래도 남자들은 계속 그녀의 꽁무니를 쫓아다녔습니다.
참다 못한 그녀는 내기를 걸었습니다. 자기와 달리기를 해 이기는 남자는 자기와 결혼할 수 있지만, 질 경우에는 목숨을 내놓는다는 내기였습니다. 끔찍한 내기였지요. 그럼에도 많은 총각들이 그녀와의 달리기 경주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구혼자들은 번번이 아탈란타에게 패했습니다. 세상에서 아탈란타보다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바람에 지는 꽃잎처럼 많은 총각들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청년 히포메네스는 눈앞에서 이 참상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탈란타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달음박질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의 눈에 무척이나 아름답게 비쳤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탈란타를 이길 능력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때 아프로디테가 히포메네스의 손에 쥐어준 것이 황금사과 세 알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갖고 싶은 황홀한 황금사과였지요.
히포메네스는 시합 도중 이 사과를 하나씩 멀리 던졌습니다. 황금사과에 혹한 아탈란타는 그것을 줍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 차례를 거듭하다 보니-특히 마지막 사과는 무척이나 무거웠지요- 아탈란타는 결국 결승점에 히포메네스보다 늦게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아탈란타의 패배였습니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건 히포메네스는 이렇게 경주에도 이기고 사랑하는 여자도 얻게 되었습니다. 포인터의 그림은 열렬히 응원하는 관중들을 배경으로 사과를 던지고 내달리는 히포메네스와 이를 줍느라고 지체하는 아탈란타의 모습을 매우 역동적으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볼수록 그 열기가 뜨겁게 다가오는 그림입니다.

 

 

                             프뤼동<죄를 쫓는 정의와 신성한 복수> 1808

달이 구름에 걸터앉은 깊은 밤,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쓰러뜨리고 옷과 귀중품을 빼앗아 달아나고 있습니다. 그의 손에 칼이 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쓰러진 남자는 지금 치명상을 입고 생사가 경각에 달린 것 같습니다. 작은 이득을 위해 다른 인간의 생명조차 아무렇지 않게 해치는 범죄자는 희생자의 그런 처지에 전혀 동정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음험한 어둠의 지배를 받고 있고 죄 없는 희생자는 밝은 빛에 처연히 몸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공중에는 이 살인자의 행위를 목격하고 그를 잡으려는 두 명의 여인이 떠 있습니다. 왼쪽의, 횃불을 들고 있는 여인이 정의입니다. 그녀가 든 횃불은 진실의 횃불이지요. 죄를 지은 사람이 아무리 어둠 속에 죄를 숨기려 해도 그녀가 끝내 드러내 놓고 말 것입니다. 정의의 손이 벌써 범죄자의 머리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 옆의 여인은 신성한 복수입니다. 오른손에 든 것이 검, 왼손에 든 것이 저울입니다. 신성한 복수는 죄인의 죄를 저울에 매달아 그 정도를 따져 거기에 맞게 칼을 들어 심판할 것입니다. 결코 봐주거나 속아넘어가지 않고 양심을 판 대가를 철저히 캐물을 것입니다.


야코포 틴토레토 <은하수의 기원> 1570년대
 
틴토레토의 '은하수의 기원'

16세기 이탈리아의 대가 틴토레토가 그린 <은하수의 기원>은 제우스와 헤라 여신, 아기 헤라클레스가 등장하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입니다. 이야기는 제우스가 알크 메네라는 여인과 바람을 피우는 데서 비롯되지요. 제우스가 알크메네와 동침을 해서 낳은 아들이 바로 저 유명한 헤라클레스입니다. 제우스가 외도를 해 애까지 낳은 사실은 제우스의 부인 헤라 여신의 큰 분노를 삽니다.
미칠 듯이 화가 난 헤라 여신은 어떻게 해서든 '저주스러운' 헤라클레스를 죽이려 하지요. 그러자 알크메네는 온 가족에게 화가 미칠까 두려워 아기를 성밖에 내다 버립니다. 가여운 아기는 허기와 따가운 햇살에 지쳐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게 되지요.
이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제우스는 버려진 아기를 안고 몰래 천궁으로 올라옵니다. 우선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일이 급선무였지요. 부성애에 사로잡힌 제우스는 앞 뒤 가리지 않고 아내 헤라의 처소로 숨어들었습니다. 마침 헤라 여신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간도 크다고나 해야 할까, 제우스는 헤라가 잠든 틈을 타 아기 헤라클레스에게 여신의 젖을 물렸습니다. 아기는 여신의 젖을 있는 힘껏 빨았지요.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결코 젖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답니다.
가슴이 심히 불편해진 헤라 여신. 급기야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습니다. 다급해진 제우스는 강제로 아기를 떼어놓았지요. 그러자 여신의 가슴에서 젖이 하늘로 분수 같이 솟았다고 합니다. 하늘에 점점이 박힌 젖은 무수한 별들의 군집, 곧 은하수가 됐지요. 은하수가 '젖의 길 (Milky Way)'로 불리게 된 사연이 여기에 있습니다. 한편 땅에 떨어진 젖은 백합꽃이 됐다고 합니다. 이 그림에서는 백합꽃이 보이지 않는데, 이는 원작의 밑 부분이 파손돼 보수 과정에서 잘려버렸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제우스의 부성애가 아름다운 은하수의 탄생을 야기했다는 사실이 코믹하면서도 훈훈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악명 높은 바람둥이라도 아버지로서 자식에 대한 절절한 사랑은 여느 아버지 못지 않았던 거지요. 물론 헤라 여신은 헤라클레스가 죽을 때까지 그를 갖가지 시련에 빠뜨렸습니다. 그러나 헤라 여신도 알고 있었지요. 헤라클레스는 그 어떤 시련도 이길 영웅이라는 것을. 그는 다름 아닌 헤라 여신의 젖을 먹은 유일한 인간입니다. 젖을 물린 사람은 자신의 젖을 먹은 아이를 결코 미워할 수 없지요. 비록 제우스의 외도에 대한 단죄의 표시로 헤라클레스에게 시련을 더했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젖을 먹은 헤라클레스가 끝내 이겨 위대한 영웅이 되기를 바랐을 겁니다. 헤라클레스('헤라의 영광'이라는 뜻)라는 이름에 이미 헤라 여신의 깊은 속생각이 잘 담겨 있습니다. 시련을 이긴 자는 누구나 다 이 위대한 여신의 자녀요 그녀의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