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님의 시방

비 오는 날의 일기

forever1 2007. 5. 26. 07:32



비 오는 날의 일기 - 이정하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하루 종일 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이런 날 내 마음은 
어느 후미진 찻집의 의자를 닮지요. 
비로소 그대를 떠나 
나를 사랑할 수 있지요. 
안녕 그대여, 
난 지금 그대에게 
이별을 고하려는 게 아닙니다. 
모든 것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지요. 
당신을 만난 그날 비가 내렸고, 
당신과 헤어진 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으니 
안녕, 그대여. 
비만 오면, 
소나기라도 뿌리는 이런 밤이면 
그 축축한 냄새로 
내 기억은 한 없이 흐려집니다. 
그럴수록 난 당신이 그리웁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안녕 그대여, 
그대가 날 부르지 않았나요. 
비가 오면 왠지 그대가 꼭 
나를 불러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