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님의 시

바다여 당신은

forever1 2008. 10. 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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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여 당신은 / 이해인 ◈
      내가 목 놓아
      울고 싶은 건
      가슴을 뒤흔들고 가버린
      거센 파도 때문이 아니다.

      한 밤을
      보채고도
      끊이지 않는
      목쉰 바람소리 탓도 아니다.

      스스로의 어둠을 울다
      빛을 잃어버린 사랑의 어둠
      죄스럽게 비좁은 나의 가슴을
      커다란 웃음으로 용서하는 바다여

      저 안개 덮인
      산에서 어둠을 걷고
      오늘도 나에게 노래를 다오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는 서투른 이방인
      언젠가는 모두가 쓸쓸히 부서져

      갈한 잎 외로운 혼임을
      바다여 당신은 알고 있는가

      영원한
      메아리처럼
      맑은 여운 어느 피안
      끝에선가 종이 울고 있다.

      어제와 오늘
      사이를 가로 누워
      한번도 말이 없는
      묵묵한 바다여~~!

      잊어서는 아니될
      하나의 노래를 내게 다오

      당신의 넓은
      길로 걸어가면
      나는 이미 슬픔을
      잊은 행복한 작은 배

      이글거리는 태양을
      화산 같은 파도를

      기다리는
      내 가슴에
      불지르는 바다여
      폭풍을 뚫고 가게 해 다오
      돛폭이 찢기워도 떠나게 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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