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dership

Sports leadership - '빌 해븐스'

forever1 2008. 1. 19. 15:00

sports leadership - ‘ 빌 해븐스’

리더십의 “우선순위” 찾아라

리더는 조직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직원 모두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들을 위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빌 해븐스는 올림픽과 맞바꾼 아들을 통해 자신의 염원을 이루게 된다. 이렇듯 올바른 비전은 계승되어 후대에까지 전해진다. 따라서 리더는 모두의 이익을 성취하기 위한 비전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904년 미국 워싱턴 근처에 있는 도시인 포토맥에 카누 동호인들이 빌딩을 짓기 시작했다. 순전히 목재로 완성된 건물에는 “워싱턴 카누 클럽”이란 명패가 붙여졌다. 이곳은 워싱턴 인근 지역의 열렬 카누맨들의 보금자리요, 미래 카누 비전의 상징으로 정원을 1백 명으로 제한할 만큼 톱 클래스의 이미지를 추구해나갔다.

하지만 클럽은 해안에 위치한 건물이었기에 태풍에 의해 무너지기도 했고, 해일에 의해 일부가 부서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클럽 하우스는 어김없이 복원됐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1백 년의 전통을 지켜내고 있다.

바로 그 워싱턴 카누 클럽이 주최하는 1만m 카누대회가 있다. 그것은 “프랭크 해븐스 10km 카누 대회”로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클럽 회원으로는 첫 금메달리스트가 된 프랭크 해븐스의 업적을 기념하는 대회이다. 이번 호에는 아들을 월드 베스트 프랭크 해븐스로 키워낸 빌 해븐스의 우선순위 리더십을 분석해본다.

 

해븐스의 성공전략

 

소중한 것을 먼저 한다

카누 선수인 빌 해븐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평생의 꿈인 1924년 파리 올림픽에 미국 대표선수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출전이 문제가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확실한 금메달 후보여서 그 누구도 미국 팀의 우승을 의심치 않았다.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빌 해븐스에게 사랑하는 아내가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을 들려주었다.

자신들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출산 예정일을 따져보니 공교롭게도 파리 올림픽 기간과 겹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배로 파리를 오가던 시절이어서 편도만 2주의 이동시간이 필요했다.

빌 해븐스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출산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딸 것인가.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그는 감독을 찾아가 대표직을 스스로 사퇴했다.

모두 난리였지만 빌 해븐스는 상황을 설명하고 아내를 지키겠다며 단호히 물러났다.

프랑스 올림픽은 빌 해븐스 없이 진행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국 카누 팀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가 출전했더라면 더욱 확실한 금메달을 딸 수 있었으므로 빌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이 끝나도록 아이가 태어나지 않자 “올림픽에 출전할 걸 그랬나?”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올림픽이 끝나고 며칠 후 마침내 아들 프랭크 해븐스가 태어났다. 파리 올림픽에 참석했더라도 자신의 시합만 마치고 급하게 돌아왔으면 됐을 터라 동료 선수들은 해븐스의 고집을 더욱 아쉽게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빌 해븐스는 이 사건이 늘 마음에 걸렸다.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믿으면서도, 아이들이 속을 썩일라치면 포기한 금메달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때때로 단상에 서서 애국가를 들으며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분은 어떨까 하는 상상에 빠지곤 했다. 가끔은 자신이 가정을 위해 한 일과 올림픽에서 했을 일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인지조차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가장 소중한 일에 최고의 우선순위를 두었던 자신의 행동은 후회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빌 해븐스의 인생철학이었기 때문이다.

소중함을 깨우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소중한 것을 행동으로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소중한 것인 줄 알면서도 경영자들이 잘 지키지 못하는 리더십 기질이 있다. 그것은 바로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자질이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기대에 못 미치는 행동을 범하기 일쑤다.

예컨대 경영진의 윤리의식이 그러하다. 윤리의식이라고 해서 꼭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중한 것을 먼저 지켜야 한다는 마인드의 혁신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화이트칼라의 프리미엄을 포기해야 한다. 공과 사를 분명히 하고 사소한 일이라도 권한을 이용해 부당한 편리를 취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몸에 익숙한 관행을 버리는 것은 당장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중한 것을 먼저 실천하지 않고는 조직문화를 건전하게 이끌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해븐스의 원칙

 

멀리 보며 결정한다

빌 해븐스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지 28년 후인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이 진행되던 중에 전보가 한 장 날아들었다. 전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1924년에 나의 탄생을 위해 기다려줘서 고맙습니다. 아빠가 탔어야 할 금메달을 제가 집으로 가지고 갑니다.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 프랭크.”

아들 프랭크가 카누 1만m 개인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것이다. 프랭크의 승리는 아버지의 희생 스토리와 더불어 올림픽의 화제가 됐고, 그 어떤 승리보다 값진 것으로 인정받았다.

빌 해븐스가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프랭크는 4년 전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또다시 4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던 것이다. 프랭크의 금메달은 자신에게는 눈물의 결실이었으며, 아버지에게는 우선순위 리더십에 대한 선물이었다.

우리나라에도 해븐스 부자 못지 않게 멋진 역전 드라마를 일궈낸 기업이 있다. 요즘 “대한민국 희망보고서”로 부각되고 있는 유한킴벌리가 바로 그 역전의 용사다. 한때 여성용품의 시장점유율이 80%가 넘었던 우량기업 유한킴벌리는 1995년 시장점유율이 20% 이하로 떨어지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위기의 순간에 선장을 맡은 문국현 사장의 경영혁신은 “투명경영”과 “신뢰경영”이었다. 그는 골프 접대를 포기하고 저녁식사 한 끼도 개인 돈으로 지불할 정도로 솔선수범했다.

리더의 노력 덕분에 점차 노사간에 신뢰가 쌓였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적자원의 경쟁력은 결국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주력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다시 60% 이상으로 올라갔고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국내 시장점유율 1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장기적인 경영혁신에 우선순위를 둔 CEO의 탁월한 리더십과 혼신의 힘으로 변화에 도전한 구성원이 엮어낸 한 편의 역전 드라마였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훗날을 기약하며 현재의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란다면 전혀 계산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희생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면 영원히 승리하는 길을 선택하라. 올바른 판단은 결국 언젠가는 옳은 것으로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영원한 승리를 선택하는 사람이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리더이자 스스로의 주인인 셈이다.

 

해븐스의 태도

 

비전은 계승돼야 한다

2002년, 77세에 접어든 프랭크 해븐스는 76명의 동료와 함께 “카누 마스터스”라는 새로운 대회를 만들었다. 골프의 마스터스 대회처럼 탁월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만 초청해서 대회를 개최해 마스터로 인정하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이는 해븐스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반 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또다시 이정표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최근 내가 나이를 먹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이제 내게서 쏜살같은 스피드를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대회에 참가해 클럽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나로서는 족한 일입니다.”자신의 힘이 다하는 순간까지 워싱턴 카누 클럽과 카누 스포츠에 기여하려는 프랭크 해븐스의 비전을 잘 읽을 수 있다. 아버지 빌 해븐스가 가르쳐준 “헌신”이라는 유산은 아들을 통해서도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빌 해븐스의 카누에 대한 열정과 비전이 대를 이어 전수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맏아들인 빌 해븐스 주니어가 1940년과 1948년에 올림픽에 도전했고, 마침내 프랭크가 금메달을 따서 아버지의 목에 대신 걸어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비전 전도사가 됐다. 비전이란 계승될 때 더욱 가치 있으며, 그로 인해 더 큰 영향력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빌 해븐스는 후대를 소중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에 우선순위의 초점을 맞췄다. 모든 것을 그들을 위해 양보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후손을 세상의 모든 것보다 소중한 선물로 인정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비전을 자신만이 아니라 후손과 함께 성취해야 할 장기적인 과제로 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도 이제 나만의 비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비전을 찾고 전수해야 한다. 이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와 함께 도전해야 할 비전 말이다. 비전은 반드시 계승돼야 한다는 장기 지향적 태도를 빌 해븐스의 월드 베스트 리더십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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