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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그들이 지갑을 닫는 이유

forever1 2009. 6. 6. 07:17

 

소비자, 그들이 지갑을 닫는 이유

 

 

 

미국에서 출발한 금융 부실이 전 세계의 실물경제를 위협함에 따라 2009년 한 해는 매우 어려운 불황기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불황기에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어떤 심리를 가지게 되며 또 어떤 소비 행태를 보일까? 지금까지 불황기의 소비자 심리와 소비 행태에 관한 해외 및 국내 문헌에서 나타나는 불황기 소비자 심리의 키워드인 ‘불안감’과 이로 인해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소비 행태인 ‘가격 민감’과 ‘가치(실속) 추구’에 대해 살펴보자.

 

불황기에 나타나는 소비자의 가장 대표적인 심리는 ‘불안감’이다. 왜 소비자들은 불황기에 불안한 것일까? 상당한 강심장의 무술 고수라도 눈을 가리거나 혹은 칠흑과 같은 어둠 속이라면 감히 힘을 쓰기 어려움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마찬가지다. 불황기에는 미래에 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꾸만 실제보다 더 경기를 불투명하게 보고,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해지고, 하찮은 정보에도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혹시 주식투자 등으로 금전적인 손실을 보기라도 했다면 더욱 더 민감해진다.

 

 

불안한 소비자, 싸거나 아주 비싼 상품 선택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카네만과 그의 동료 트버스키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심리적인 준거점(Reference Point)에서 손실이 기대될 때와 이득이 기대될 때 마음속에 일어나는 심리적인 효용(Psychological Utility)은 비대칭적으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의 심리적인 준거점에서 약 10달러의 이득이 발생될 것으로 기대될 때에 마음속에 일어나는 긍정적인 심리적 효용이 약 100이라고 한다면, 10달러의 부정적인 손실이 기대될 때 마음속에 일어나는 부정적인 심리적 효용은 -100이 아니라 -200 혹은 그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황기에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준거점 자체가 손실에 민감한 방향으로 돼있는 데다 같은 양의 긍정적인 일들보다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일들이 더욱 깊고 강하게 각인돼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다.

 

불황기 소비자 심리의 핵심이 ‘불안감’이라면 이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소비 행태는 ‘가격 민감’과 ‘가치(실속) 추구’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불황기에 소비자가 가격에 민감하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소비 행태를 설명하려면 우선 ‘가격 민감도’의 정의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가격민감도는 가격이 1% 오를 때 수요는 몇 % 떨어지는지, 가격이 1% 내릴 때 수요가 몇 % 올라가는지를 나타낸다.

 

가격에 민감하다는 것은 가격 민감도가 1보다 큰 경우를 이야기하는데 이것의 의미는 쉽게 말하면 가격이 1% 오르면 수요가 1%보다 더 떨어지고, 반대로 가격이 1% 내리면 수요는 1% 이상 올라간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불황기에는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가격이 높다고 판단되면 평소보다 수요가 더욱 크게 줄고 반대로 가격이 평소보다 오히려 싸다고 생각되면 수요가 더욱 크게 확대됨을 의미한다는 것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가격 할인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여 가격을 10% 할인했을 때 10% 이상의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소비자들은 일반 소매점보다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해 조금이라도 싼 곳에서 구매하려는 소비 행태를 보이게 되며 끼워 팔기, 쿠폰 제공, 수량 할인 등 다양한 기업의 판촉 활동에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불황기에 소비자들에게 나타나는 또 다른 대표적인 소비 행태는 ‘가치(실속) 추구’라고 할 수 있다. 불황기가 아니더라도 현명한 소비자라면 당연히 가치를 추구하지만 불황기에는 더욱 더 가치 추구나 실속 구매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마케팅에 있어서 가치 구매를 종합적으로 잘 설명한 일리노이 주립대의 먼로 교수는 ‘가치란 소비자가 희생해야 할 모든 금전적.심리적 비용(cost)에 비해 어느 정도 혜택(benefit)을 얻었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즉, 비용에 대비해 혜택이 크다면 양(+)의 가치를 느끼고 만약에 반대면 음(-)의 가치를 느낀다는 것이다.

 

불황기에 소비자가 가치에 민감하다는 것은 실생활에서 여러 가지 소비 행태로 나타난다. 우선 소비자도 무조건 공짜를 원하지는 않음을 알 수가 있다. 돈을 지불했으면 그 이상의 혜택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기능을 없애고 단순화시킨 제품을 산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돈을 더 주더라도 명품을 사서 자신이 느끼는 만족감을 극대화 하려는 시도로 나타난다. 따라서 불황기에는 아주 싼 제품이나 아니면 아주 비싼 명품이 잘 나가고 어중간한 제품들은 오히려 잘 팔리지 않는 극단적인 소비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

 

소비자가 당면한 불황기의 ‘불안감’은 ‘가격 민감’과 ‘가치 추구’ 소비 행태 외에도 여러 가지의 소비 행태를 불러오기도 한다. 일부의 젊은 층은 불황을 무시하고 마치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이 걸식증에 걸리듯 마구 소비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불안하기 때문에 구매를 연기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불안감으로 가치 실속을 추구하다 보니 ‘가족이 최고’라는 잃었던 가치관이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불황기가 있으면 언젠가는 호황기가 반드시 온다. 불황기에 나 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소비 행태인 ‘가격 민감’과 ‘가치 추구’는 어떻게 보면 호황기 때 찌든 거품을 빼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더 크게 보면 합리적인 소비자로서 영원히 갖추어야 할 호모 사피엔스의 미덕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ditor 서찬주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