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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축제는 끝났다' 세계 증시에서 돈가방 싸서 떠나는 큰손들

forever1 2018. 2. 9. 12:31




'저금리 축제는 끝났다' 세계 증시에서 돈가방 싸서 떠나는 큰손들

조현숙 입력 2018.02.09. 10:33 수정 2018.02.09. 11:06

사흘 만에 미국 증시 다시 덮친 '검은 목요일'
미국과 유럽 증시에 이어 아시아 증시 하락
저금리 끝나간다는 미국과 영국중앙은행 선언
유동성 호황 누렸던 세계 증시에서 자금 탈출 러시

‘검은 월요일’에 이어 ‘검은 목요일’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폭락 장세가 사흘 만인 8일 재연됐다.

이날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100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1032.89포인트(4.15%) 떨어지며 2만3860.46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 2만4000선이 무너진 건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의 일이다. 이날 지수는 지난해 11월 28일 2만3836.7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5일(현지시간) 급락했던 뉴욕 증시가 8일 다시 쇼크에 빠졌다. 다우지수 2만4000선이 무너졌다. 사진은 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연합뉴스]
다우지수를 포함한 미국 3대 지수 모두 4% 안팎의 큰 폭 하락세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274.82포인트(3.90%) 하락한 6777.16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00.66포인트(3.75%) 떨어진 2581.00으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2월 6일(6776.38) 이후 최저치다. S&P 500지수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2500대를 기록했다.

공포는 전 세계 증시로 번지는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아시아 증시도 9일 ‘검은 금요일’을 겪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35분(한국시간) 현재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전일 대비 682.26포인트(-3.12%) 하락한 2만1208.60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국 코스피(-1.91%) 역시 하락세다.

‘금리 쇼크’는 전 세계 증시로 번지는 중이다. 사진은 7일 일본 도쿄 시내 증시 전광판. [연합뉴스]
미국 채권 금리의 빠른 상승세(채권 수익률 하락)가 증시 쇼크를 불러일으켰다. 8일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2.8%대로 올라섰다. 올해 들어서만 상승률이 0.4%포인트에 달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기도 전 시장 금리가 먼저 질주하는 중이다.

고용 지표 개선, 소비자물가 상승 부담이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주가를 끌어올린 주역은 저금리에 힘입은 풍부한 유동성이다. 시장 금리 급등은 주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 만한 변수다.

로버트 카플란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발언도 이날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카플란 총재는 “현재 미국은 완전 고용(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업자를 제외한 나머지가 경기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고용된 상태)에 가깝게 가고 있다”며 “실업률은 올해 안 4%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고용 지표에 대한 그의 긍정적 발언이 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쪽으로 풀이되면서 시장 금리를 치솟게 했다.

영국중앙은행(BOE)의 선언도 시장을 술렁이게 했다. 이날 BOE는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지만, 발표문이 문제였다. 마크 커니 BOE 총재는 “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보다 통상적인 수준(conventional horizon)인 수준으로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이어 영국도 기준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할 전망이다. 사진은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AP=연합뉴스]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긴급 처방’이었던 저금리 정책을 끝내고 기준금리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에 이어 영국까지 기준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할 수 있다는 소식에 이날 영국(FTSE 100지수, -1.49%)을 포함한 프랑스(CAC 40지수, -1.98%), 독일(DAX -2.62%)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시장은 다시 공포에 빠졌다. 일명 ‘공포지수’라고도 하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VIX) 지수는 사흘 만에 30선을 재돌파했다. 8일 기준 VIX 지수는 33.46으로 하루 전(27.73)보다 5.73포인트 올랐다. ‘검은 월요일’이 닥쳤던 5일(37.32) 이후 최고치다. 6일(29.98)과 7일(27.73) 안정을 찾아가는 듯 하다 사흘 만에 다시 30선 위로 올라섰다.

그동안 세계 증시 활황을 지탱하던 두 축은 ‘저금리’와 ‘경기 회복’이다. 중요한 두 축 가운데 하나(저금리)가 사라질 위험에 처하자 세계 증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빠른 시장 금리 상승은 지금의 경기 회복세까지 제약할 수도 있다.

미국 보야(Voya)자산운용의 더그 코트 수석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저금리 혜택을 활용했던 ‘큰손’들은 이제 자금을 거둬들여야 할 상황”이라며 “이들은 지금 ‘패닉’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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