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시장 흔들.. 7조원대 펀드 '차이나 쇼크' 위기
이훈성 입력 2018.02.12. 04:46
상하이 지수 8개월여 만에 최저
위안화 환율은 이례적 급상승
작년 4분기 4,700억 中 펀드 유입
“주가 하락은 난맥상 일부일 뿐”
불안 요인 겹칠 땐 금융위기 가능성
중국 금융시장이 불안하다. 주가는 지난 8개월 간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고 위안화 가치 역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 폭락으로 세계적 차원에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중국은 내부 불안 요인까지 겹쳐 다른 나라보다 더 심하게 요동치는 모양새다. ‘비과세해외펀드’라는 정책적 지원에 지난해 하반기 대중국 투자를 크게 늘린 우리나라 입장에선 또 한 번의 ‘차이나 쇼크’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8개월 상승분, 한 주 만에 까먹어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6월6일(3,102.13)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3,129.85로 밀렸다. 올 들어 강한 상승 랠리를 이어가며 2015년 말 이후 2년 만에 3,500선을 돌파했던 중국 증시는 지난 6일 -3.35%, 9일 -4.05%의 폭락을 거듭하며 나흘 연속 내려앉았다. 박인금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중국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의 차입금 활용 투자까지 금지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도 하루에 1%나 상승(통화가치 하락)하며 6.322위안을 기록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고시환율을 기준으로 외환시장을 통제하는 중국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의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가 전년동기대비 60%나 급감한 점, 중국 내 외국계 펀드의 해외 투자가 허용되면서 외화유출 가능성이 커진 점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글로벌 변동성이 주식시장에서 외환ㆍ채권시장으로 파급될 경우 위안화 약세가 더 가속화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펀드 투자자 어쩌나
중국 주식시장의 급락은 한국에 적잖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정부가 가계 금융자산 증식을 위해 지난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를 판매하며 중국 펀드 투자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중국 펀드에 순유입된 투자금은 2,926억원으로, 같은 기간 북미 지역 펀드 유입액(821억원)의 3.5배였다. 4분기(9~12월)로 기간을 좁혀보면 중국 펀드 순유입액은 4,775억원에 달했다. 비과세 펀드 판매가 종료되기 직전 막판 투자금이 집중된 셈이다.
중국 펀드 수익률은 지난해 하반기 6개월 간 16.1%를 기록했고, 올해 1월에도 9.99%나 됐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6.23%로 급락한 상태다. 증시 전망도 당분간 어둡다. 진링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정부의 금융규제 강화, 춘제 연휴를 앞둔 차익실현 매물 등으로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 펀드 규모(2월9일 현재ㆍ설정액 기준)가 7조2,993억원으로, 북미(8,923억원)나 유럽(8,337억원)의 8배 이상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가 급락이 계속될 경우 우리나라 개인들의 큰 손실이 우려된다. 중국 펀드 투자 원금이 줄줄이 ‘반토막’ 났던 2008년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금융시스템 위험 커졌다”
시장 일각에선 주가 하락은 중국 금융시장 난맥상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자칫 여러 불안 요인이 동시다발로 맞물릴 경우 2015년 중국 증시 폭락에 버금가는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중국 내 회사채 부도 규모는 393억위안(6조7,8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업의 건전성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면서 지난해 7월 연 3.3% 수준이던 최우량(AAA등급) 기업 회사채 금리는 올 들어 5.5%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내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진 기업들이 대거 해외에서 급전을 빌리면서 지난해 3분기 단기외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9%로,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비대해진 부동산 관련 대출도 불안 요인이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증가 등으로 전체 대출 중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2012년 19.5%에서 지난해 26.8%까지 치솟은 가운데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에 나서며 거품 붕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현재 상하이 등 4개 대도시에서 시범시행 중인 부동산 보유세가 이르면 올해 전국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다”며 “중국 부동산시장은 정부 수입의 20%, 가계자산의 65%, 회사채 담보의 60% 등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시장 위축에 따른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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