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대 최대 대북제재로 한국·북한 모두에 불쾌감
김소연 입력 2018.02.24. 00:09 수정 2018.02.24. 00:51
미국 조야가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과 남북 유화국면의 지속을 원하는 한국 정부 모두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에 맞춘 듯 미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역대 최대 규모 대북 제재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포함한 고위 관계자들과 대북 전문가들이 잇따라 대북 비난 및 문재인 정부의 김영철 방남 허용 조치에 우려를 표시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오전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리는 미 보수주의연맹(ACU) 연차총회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북한과 중국 등 9개국의 선박ㆍ해운ㆍ무역업체 등 56개 대상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린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제재가 “북한정권에 대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제재”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재무부가 북한 정권의 핵무기 개발 및 군사력 유지를 위해 투입되는 수익과 화석연료의 출처를 차단하는 조치를 내릴 예정”이라며 이들 56개 대상이 그간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우회하는 데 도움이 돼 왔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이어 백악관과 재무부도 구체적 제재 방안을 공개하고 언론에도 자세히 설명했다.
새로운 제재 방안 발표에 앞서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북한 정권에 대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제재 패키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외교 소식통들은 이번 제재의 파괴력을 북한의 대외거래를 사실상 전면 차단하는 수준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을 드나드는 주요 물동량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사실상 전쟁상황에서나 취하는 ‘해상봉쇄’ 수준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적 행동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제재인만큼 배급체제가 무너진 뒤 외부에서 유입된 물자를 장마당을 통해 공급해온 북한으로서는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올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대북제재로 북한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면서 “북한이 평창에 응원단을 보낸 것도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제재의 내용 못지않게 발표 시점에도 의미가 깊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미 방한 기간 예고한 제재를 굳이 23일 공개한 건 한국과 북한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에는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북미대화에 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핵을 포기할 때까지 초강경 압박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에는 좁게는 김영철 방남 허용에 대한 불만, 넓게는 미국이 애써 구축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분위기를 희석시키지 말아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 정부는 김영철 방남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김영철 방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가 천안함 기념관에 가 보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답했다. 또 “기념관에서 그의 책임으로 알려진 것을 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 정부가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의 배후라는 공식 조사 결과가 없다’고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한국 정부의 조치에 부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미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 선임 고문으로 활동했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의소리(VOA)에 “김영철 방남 요청은 한국이 북한에 맞서 ‘안 된다’고 외칠 좋은 기회였다”고 주장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대북 제재를 자문하는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김영철은 천안함은 물론 연평도 포격과 미국 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라며 “북한의 김영남 방남 통보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는 방식이며 이 위협 속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라는 요구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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