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성추행 피해 여군에 화장실 사용마저 제한"
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입력 2018.03.01. 05:03
피해 여군 하사 A 씨의 지인 전모 씨가 대리 진정한 해당 사건에 대해 인권위는 군에 실태파악 및 개선을 지시하고 관련자 징계를 권고했다고 1일 밝혔다.
◇ 화장실 이용 제한에 "탄약통에 용변 보기도"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월 경기도 육군 부대에 유일한 여군으로 전입한 A 하사는 막사 내 여자화장실 사용을 제한받고 야외 훈련 중에도 상급자가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화장실을 쓰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자 화장실이 수리 중이고, 외부 민간여성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로 부대 측이 A 하사로 하여금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행정실에서 열쇠를 받아가도록 지시한 것.
화장실에 갈 때마다 남군에게 열쇠를 받아 써야 했던 A 하사는 결국 건물에서 50m 떨어진 면회객 화장실을 이용했다.
그마저도 화장실 입구에서 병사들이 훈련 중이거나 급한 경우에는 건물 내 고장난 여자화장실 안에서 K3 탄약통을 요강으로 사용해야 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화장실 제한'은 야외 훈련에서도 이어졌다. 같은해 10월 유격훈련이 진행될때도 A 하사는 유격장에 마련된 여성전용 화장실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를 받았다.
결국 A 하사는 훈련기간 동안 차량을 타고 유격장에서 1.6km가 떨어진 인접 부대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다.
이에 대해 부대 관계자는 "샤워시설이 고장나서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해당 여성화장실은 고장나지 않았고 해당 부대 대대장이 사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성추행 피해 여군에 "얘가 어떤 앤지 아냐" 비방도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A 하사는 미성년일 당시 2012년 노래방에서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이듬해에는 또 다른 상관이 SNS에 음란동영상을 게시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에 대해 A 하사가 문제제기를 하자 오히려 "외부에 발설하지 말라"는 각서를 쓰도록 강요받았다.
A 하사는 성범죄 피해를 입었지만 이후 부대 회식 자리에서 배제되는 등 이어지는 따돌림도 겪어야 했다.
2016년 10월 A 하사가 없는 부대 회식자리에서 해당 부대 주임원사는 "여자라고 다 들어주면 안된다"라며 "(A 하사가) 어떤 애인지 아느냐"고도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A 하사는 이후 호흡곤란과 마비 증세로 입원치료를 받았고 현재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병 휴직중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상관에게 성추행과 2차 피해를 입어 A 하사가 여군 없는 부대에 홀로 전입해 매우 위축된 상태였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A 하사를 소외·배제시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을 훼손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모욕 준 주임원사를 징계하고 대대장을 엄중 경고할 필요가 있으며 해당 사단의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에 대한 성인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 '무용지물' 성평등 상담관…"성문제 아니면 돕기 힘들다"
끙끙 앓던 A 하사는 같은해 12월 양성평등상담에 보고했지만 "성문제가 아니면 도와주기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육군 규정에 따르면 양성평등센터는 성폭력 관련 고충의 상담과 처리, 성폭력과 성차별 예방활동을 임무로 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한 것.
이에 대해 인권위는 "양성평등센터가 조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면 문제점 개선이 효과적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며 "실태점검 등을 통해 본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seokho7@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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