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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TV, 문 대통령 사진을 엽기살인 용의자로 방송.."사과 없어"

forever1 2018. 3. 11. 10:13



터키TV, 문 대통령 사진을 엽기살인 용의자로 방송.."사과 없어"

입력 2018.03.11. 07:01


유명 오락채널 쇼TV, 필리핀 가사도우미 살해 용의자로 문 대통령 사진 보여줘
한국대사관 요청으로 영상은 삭제..한인사회 "사과 자막 한줄 없는 미흡한 조처"
문 대통령 사진을 필리핀 가사도우미 살인 용의자로 쓴 터키 TV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지난달 25일 터키 쇼TV 뉴스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피살사건 리포트 화면 캡처 이미지. 이 방송은 문 대통령 사진을 피살자 생전 모습과 함께 편집, 살인 용의자의 모습인 것처럼 보도했다. 하단 자막은 '실종된 가사도우미 시신 냉동고에서 발견'이라는 뜻이다. [독자 제공] 2018.3.11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유명 텔레비전 채널이 중동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다루며 용의자 사진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사용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방송은 공개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11일 터키 한인 사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터키 유명 오락채널 쇼TV 뉴스 프로그램 '아나 하베르'('주요 뉴스'라는 뜻)에서 문 대통령의 사진이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살인 용의자 모습으로 보도됐다.

해당 뉴스 꼭지는 쿠웨이트에서 29세 필리핀 국적 가사도우미가 살해된 후 1년 넘게 아파트 냉동고에서 유기된 엽기적인 사건을 다뤘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 언론은 이 사건을 보도하며 중동권에서 동남아 가사도우미 학대 실태를 조명했다.

터키 언론도 피살자 사진과 쿠웨이트 현장 이미지, 유족의 모습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반응을 소개했다.

오락 채널 쇼TV는 황당하게도 이 리포트를 시작하는 앵커 화면에서부터 문 대통령과 피살자 사진을 나란히 편집해 보여주며, 문 대통령 얼굴을 살인 용의자인 양 제시했다.

쇼TV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쿠웨이트 억만장자 부부가 함께 살인·시신유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고 설명하면서, 최근에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보좌관과 문 대통령이 만나는 사진을 썼다.

뉴스의 후반부에서도 문 대통령과 피살자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거나, 문 대통령과 이방카의 사진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용의자 쿠웨이트 부부가 인터폴의 수배로 붙잡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사진을 필리핀 가사도우미 살인 용의자로 쓴 터키 TV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지난달 25일 터키 쇼TV 뉴스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피살사건 리포트 화면 캡처 이미지. 이 방송은 문 대통령 사진을 피살자 생전 모습과 함께 편집, 살인 용의자의 모습인 것처럼 보도했다. 하단 자막은 '시신을 냉동고에 1년간 유기했다'는 뜻이다. [독자 제공] 2018.3.11

약 1분 40초짜리 리포트에서 문 대통령 모습은 용의자 '쿠웨이트 억만장자'로 여덟차례나 등장한다.

쇼TV는 터키 5대 미디어그룹에 꼽히는 지네르미디어그룹 계열의 인기 오락 채널이다.

터키 한인들은 문 대통령의 모습이 터키 주요 TV채널 뉴스에서 살인 용의자 사진으로 쓰인 데 경악했다.

터키 주재 한국대사관은 쇼TV에 서신을 보내 뉴스 영상 삭제와 사과, 재발 방지 조처를 요구했다.

이후 해당 뉴스 영상은 삭제돼 검색 결과에만 남았다.

쇼TV는 이달 6일 한국대사관에는 "큰 실수를 저질러 사과한다"는 답신을 보냈으나 방송을 통해서는 현재까지 사과 방송·자막이 전혀 없었다.

한국 또는 한국인과 전혀 무관한 뉴스에 한국 대통령의 사진이 용의자로 쓰인 경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방카 사진에 '살인 용의자 부부 체포' 자막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지난달 25일 터키 쇼TV 뉴스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피살사건 리포트 화면 캡처 이미지. 문 대통령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의 사진을 배경으로 피살자 모습을 겹쳐 놓고, 중앙에는 '백만장자 부부가 체포됐다', 하단에는 '시신을 냉동고에 1년간 유기했다'고 각각 자막으로 표기했다. [독자 제공] 2018.3.11

방송을 본 터키 한인들은 쇼TV의 어처구니없는 보도와 사후 조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스탄불에 거주하는 30대 한인 추제용씨는 "반대로 외국에서 터키 대통령이 그렇게 보도됐다면 터키정부나 터키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텐데 이번 일을 아무 것도 아닌 양 넘기려 한다"고 말했다.

쇼TV의 뉴스디렉터는 한국대사관의 경위 확인 요청에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이 안 난다.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이 뉴스를 제작한 쇼TV 이스탄불 본사와, 한국대사관으로부터 항의 서한을 받은 앙카라지국에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수차례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쇼TV 앙카라지국장이 '사과 방송을 하면 오히려 더 많이 알려져 역효과가 나니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tree@yna.co.kr